시험장에 갈 때는 필사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5개 이상 들고가야만 한다.
'들고 가면 좋다' 정도의 선택지가 아니라,
반드시 들고 가야만 한다.
다섯개를 들고 가려면, 10개 이상의 후보군 가운데 가장 필살기라 여겨지는,
그리고 이번 시험 보는 언론사에 가장 맞는 것을 추려서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최종 10~15개의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이 준비되어 있어야 정말로 진지하게 언시를 준비하는
언시생이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은, 예능 PD 지망생들이 시험장의 가져가는 다섯개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특수서식형 작문'에 대해 소개해주고, 어떤 식으로 만들어 나가면 되는지 설명해주려 한다.
특수서식형 작문의 가장 큰 특징은
말 그대로 '서식'을 통해 강력한 훅을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를 보며, 설명을 이어가도록 해보자.
[강의 계획서]
수강번호 : KBS-2014
강의명 : 정치연애학
원론 교수 : 이 인 임
前 고려시대 공민왕 시기 수문하시중
前 고려시대 우왕시기 광평부원군
前 고려 말 정치9단 협회 회장
책 ‘아프니까 문벌귀족이다’, ‘고려에서 온 이인임, 조선에서 온 정도전’ 저자
1. 강의 목표
연애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정치판’과도 같다. 주도권이라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고도 의 계산력, 그리고 뇌물(선물)과 모략을 통한 밀당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연애에도 정치 공학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교수 이인임은 비록 역사적으로는 악인(惡人)으로 평가받고는 있으나, 정치에서만큼은 어 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자타공인 정치고수라 할 수 있다. 대감의 정치적 식견이 난세로 치닫고 있는 학생들의 연애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강의 커리큘럼
<1주차 : “공짜도 반복이 되면 권리가 되는 것이오.”>
- 식당에 들어선 순간 남자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바로 가격표다. 데이트 횟 수가 늘어갈수록 지갑의 두께는 줄어들기 마련. 일부 무지몽매한 여성들의 무상데이트 강요 로 인해 서민 남성들의 마음은 무거워져간다.
- 이인임 교수는 말한다. “공짜도 반복이 되면 권리가 되는 것이오.”라고. 연애 초기부터 데 이트 비용의 공평한 배분에 대한 요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데이트 비용을 한쪽에서 내 는 것을 ‘권리’라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용기를 갖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대표 사례)
영희 : 자기야. 잘 먹었어. 먼저 나가 있을께.
철수 : 영희야. 먼저 나가다니. 공짜도 반복이 되면 권리가 되잖니? 8400원씩 내자.
<2주차 : “의혹은 궁금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감당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오.”>
- 클럽에 간 그녀로부터 연락이 없다. 그렇다면 가장 그대가 해야 할 일은?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그녀를 추궁하는 순간, 도리어 “너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거야?”라면서 역정을 내는 적반하장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남자는 패배의 쓴 맛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 어설프게 무엇을 했는지 추궁해서는 안 된다. 이인임 교수는 확실한 증거로 그녀를 궁지 로 몰아붙일 능력이 없다면 그만두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평소 주도면 밀하게 증거를 수집하면서 그녀를 압박하도록 하자.
(대표사례)
철수 : 영희, 너 어제 클럽은 왜 간거야? 가서 왜 연락이 없었어?
영희 : 너가 나한테 제대로 안해주니깐 그렇지. 평소에 연락 자주 하면 어디가 덧나? 그나저나 너는 매번 술 먹고 연락도 없잖아. 이틀 전에는 왜 핸드폰 꺼놨는데?
<3주차 : “정적이 없는 권력은 고인 물처럼 썩기 마련이오.”>
- 견제를 받지 않고 독점된 권력은 결국 부패하기 마련이오, 부패는 곧 권력교체의 단초가 되기 십상이다. “나 이외에는 다른 여자랑 연락도 하지마”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충직하게 따른다면 이는 견제받지 않는 독점권을 허용하는 꼴이오, 그녀의 연애세포 또한 부패할 수 밖에 없다.
- 이인임 대감은 주장한다. “정적이 없는 권력은 고인 물처럼 썩기 마련이오.” 그녀를 긴장 시킬만한 여성 친구, 즉 정적을 만들어두도록 하자. 그리고 여자 친구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정적에 대한 언급을 지속해야 한다. 정적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그대를 향한 그녀의 애 정 젖줄기는 쉼 없이 흐를 것이다.
(응용사례)
영희 : 야 김철수. 나 배고프니까 샌드위치나 좀 싸서 우리 학교 앞으로 좀 와봐.
철수 : 아, 영희야 미안. 나 지금 뛰어난 미모를 지녔지만 술은 잘 못 마시는 여성 친구인 ‘수지’와 단둘이 술 약속이 있어서 못갈 것 같아. 약속 끝나고 연락할게.
영희 : 자기야~ 어디야? 보고싶어~
3. 강의 평가 - ‘조선경국전’ 저자 정도전 교수 평점 : ★★★★☆
비록 간악한 중상모략으로 고려를 도탄에 빠뜨린 장본인이기는 하나, 정치에서만큼은 배울 것이 많은 교수입니다. 정치적 라이벌로서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단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무릇 정치의 본질이 민생안정이듯 연애의 본질은 사랑입 니다. 연애를 수학(受學)함에 있어 본질인 사랑을 절대로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이를 잊고 오롯이 기술과 전략 등의 협잡만을 익힌다면, 말로를 위리안치(圍籬安置) 당하면서 비 참한 최후를 맞이한 이인임 교수 꼴이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끝-
이게 뭐냐고?
이런 게 특수서식형 작문이다.
특수한 서식의 형태를 가진 작문.
이건 '강의 계획서'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작문.
이런 특수서식형 작문을 쓸 때는 그 서식의 디테일을 잘 살려주는 게 키포인트다.
이 작문에서는
수강번호 : KBS-2014
강의명 : 정치연애학원론
교수 : 이 인 임
前 고려시대 공민왕 시기 수문하시중
前 고려시대 우왕시기 광평부원군
前 고려 말 정치9단 협회 회장
책 ‘아프니까 문벌귀족이다’, ‘고려에서 온 이인임, 조선에서 온 정도전’ 저자
이런 디테일.
그리고 실제 강의 계획서 같은 구조 등이 서식의 훅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다른 예시도 하나 더 보자.
<제32차 어른 자격고사 공고>
◇ 개요
제32차 어른 자격고사가 2076년 10월 21일 시행될 예정입니다. 나이에 근거한 일괄적인 어른 자격 부여에 따른 각종 부작용들로 인하여 국민의 염원을 담고 태어는 어른 자격고사는, 32년 간 시민사회의 건전한 성인을 양성하는 시험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 하였고, 그 결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버금가는 위상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필수 고사로서, 나이에 상관없이 어른의 권리와 책임을 누려야 할 시민은 누구든지 응시 가능합니다.
◇ 출제 영역
사회생활 영역
어른으로서의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할 능력이 있는지 측정하는 영역입니다. 어른이란 모름지기 어린 사람들과 달리 각종 ‘사회생활’에서 성인답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잇어야 합니다. 상황 조치식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객관식 문항과 주관식 문항이 섞여 있습니다.
예제) 다음 <보기>의 상황에서 취해야 할 행동으로 알맞은 것은?
<보기> 나는 한진상사의 대리로서 아랍의 바이어와 중요한 계약 건의 마무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나의 상사인 박 과장이 서류 결재 단계에서 착각을 하여 계약이 물거품이 되었다. 부서장인 조 팀장은 박과장과 나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
(1) 부서장에게 박과장이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알린다.
(2) 박 과장과 상의하여 책임 구분을 명확히 한다.
(3) 사실 잘못한 것은 박과장이지만 조팀장에겐 내가 서류결재를 잘못했다고 말하여 상사인 박과장을 후배로서 보호한다.
(4) 가만히 있는다.
정답 : (3)번
2. 예절영역
어른으로서의 기본인 ‘예절’을 갖추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영역입니다. 어른과 어린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예절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본 시험에서 가장 배점이 높은 영역입니다. 단답형 문항과 서술형 문항 및 객관식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제) ‘아랫사람으로서의 여섯 가지 원칙’을 모두 서술하시오.
정답 :
1. 끈기 : 짧게 일하고 빈둥대면서 성과가 좋은 것보다, 야근/주말출근/조기출근/휴가 반납을 하는 등 오래 근무하면서 성과가 나쁜 것이 더 바람직하다.
2. 주체성 : 자기 의견대로 해서 성과가 좋은 것보다, 윗사람이 시킨 대로 하면서 토달지 않는데 성과가 나쁜 게 더 바람직하다.
3. 열정 : 직무교육을 받고 성과가 좋은 것보다, 교육이나 지원 따위 요구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상태로 성과가 나쁜 게 더 바람직하다.
4. 능동성 :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책을 묻고 지원을 요구해서 성과가 좋은 것보다, 문제가 발생할 때 자기가 알아서 임기응변으로 묻어버린 뒤 성과가 나쁜 게 더 바람직하다.
5. 충성 : 주인의 말을 순순히 잘 듣는 다는 충견처럼 아랫이들도 윗 사람인 자신의 말을 충견처럼 순순히 따라야 한다.
6. 예절 : 상사가 듣기 좋은 말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커뮤니케이션 영역
어른으로서 ‘어린 사람’들과의 소통을 할 능력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영역입니다. 아직 지성도 인성도 성숙하지 못한 어린 사람들을 계몽하고 계도할 책임을 지닌 이들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합니다. 계몽을 위해서는 그들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약술형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제) ‘어른의 6하 원칙’을 쓰시오.
정답 :
Who: 내가 누군 줄 알아?
What: 네가 뭘 안다고
Where: 어딜 감히
When: 왕년에, 내(우리) 나이 때엔
How: 어떻게 나한데
Why: 내가 그걸 왜?
◇ 기타
일정 : 10월21일 오전 09시
장소 : 전국 64개 초중고등학교
출제 및 채점단 : 전국어버이연합회 및 대한자유당원연합
-끝-
딱 봐도 알겠지만,
이런 건 시험장 가서 당일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미리 여러 서식별로 개발해보고, 업그레이드를 해 놓은 다음
딱 맞는 제시어를 만났을 때 써먹으면 합격률을 확 높일 수 있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고, 처음부터 말했다시피 예능 PD 지망생에게만 추천.
각자 자기 지망 분야에 맞는 작문 형태가 있다.
무턱대고 다 따라하면 안 된다.
제목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tvN, 채널A, KBS, SBS, MBC, MBN 등 여러 방송사의 PD가 된 언시생들 가운데
예능 PD 지망생이었던 언시생이 본인만의 특수서식형 작문 하나 없었던 사람은 없었다.
저 두 작문은 달라 보이지만,
하나의 레퍼런스 작문을 두고 서식과 디테일을 바꾸어 우라까이 하고,
본인만의 작문으로 만든 것이다.
적용 가능한 서식은 무궁무진하다.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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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채용 공고
인터넷 쇼핑몰 상품 상세 페이지
등등
본인이 가장 디테일을 잘 알고 있고,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서식을 하나 설정하고 (이미 남들이 많이 한 건, 해도 새롭지가 않다. 새로운 것을 찾아라) 그에 맞게 디테일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특수서식형 작문이라고 해서 그저 서식만 특수하게 하고, 그에 맞는 디테일만 채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여기에도 기본적인 서-본-결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첫번째 예시인 강의계획서 형식의 작문에서
3번 강의평가 부분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결론 없는 작문이 되어버리는 거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고, 재미있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예능 pd 지망생으로서 어필하는 것은 좋으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구성은 반드시 지키고, 그 위에 특수 서식을 입혀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전면적인 특수서식형 작문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일반적인 서술형식의 작문을 기본 베이스로 잡고, 특수서식을 일부 차용해서 넣어줘도 괜찮다.
특히, 처음부터 훅을 만들어 줄 수 있게 오프닝에 차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일부 차용식 특수서식 형태는 예능 pd 지망생 뿐 아니라 드라마, 시교 PD 지망생도 무난하게 잘 쓸 수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이 특수서식형이면 안 되겠지만,
무기 중 하나로서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톡톡히 역할을 할 수 있는 놈이므로 (훅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
반드시 하나는 만들어 두기를 강력히 권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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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PD 지망생 추천 | 나만의 '특수서식형' 작문 만들기 | tvN, 채널A, KBS, SBS, MBC, MBN 예능 PD가 된 언시생들의 합격 비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