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채용 공고가 떴다.
지금 보여주는 신입-관리직 공고는 자소서 마감까지 6일 남았다.
초안 작성 후 2-3번 정비하여 완성본 만들기에 아주 빠듯한 날짜다.
설 연휴라 쉬고 싶은 마음, 이해는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바로 자소서 작성에 돌입하기를 바란다.
자소서 항목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소서 항목이 간단할수록 수많은 지원자들의 자소서 중에 눈에 띄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항목별 본인의 키워드를 열 개 이상 꺼내보고, 그 중 가장 괜찮은 2-3가지 정도를 골라서 녹여내는 식으로 초안을 작성해 나가야한다.
일단 자소서 항목을 살펴보도록 하자.
1. 본인의 지원 직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해당 분야에 본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사례 및 경험을 바탕으로 기재해 주세요. (최소 500자, 최대 1,000자)
2.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였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임무를 완수한 사례를 작성해 주세요. (최소 500자, 최대 1,000자)
3.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노력했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을 작성해 주세요. (최소 500자, 최대 1,000자)
여러 기업에서 기본 항목으로 자주 나오는 자소서 항목이다.
3번 항목과 같은 경우,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 윤문 전과 후를 비교해서 보여주도록 하겠다.
<윤문 전 자소서 초안>
대학교 2학년 첫 방송제, 추격 예능을 만들었다. 보는 내내 긴장감이 감돌면서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뤄 마지막엔 '키야~'하는 감탄사가 나올 법한 그런 예능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예능을 만들기로 했다. 충분한 자료조사와 반복되는 회의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기획안을 만드는 것은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었다. 눈앞에 놓인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2가지였다.
"콘텐츠 속 의미 숨기기"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시청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의 진행 정도에 따라 노출되는 정보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다. 자료조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정보를 정리했고 이를 미션 속에 넣었다. 예를 들어 언뜻 보기에 창의력을 요하는 숫자 게임인 것 같지만 그 문제의 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또 촬영이 진행되는 로케이션을 모두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곳으로 선정했다. 기억의 터,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소녀상이 있는 곳 등에서 촬영을 진행하되 출연진에게 주는 정보에 장소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시청자에게 주는 정보도 최소화시켰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도 영상 진행 정도에 따라 '어? 이거 뭐랑 관련된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했다.
"출연진들의 행동 제어"
추리를 통한 추격 예능이었기에 힌트 해석에 따른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했다. 팀원과 미션 하나하나에 대해 각자 질문자와 응답자가 돼 가능성 있는 해석을 묻고 답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도망팀이 먼저 도착해야 하는데 추격팀이 먼저 도착한다면?', '다음 미션지에 대한 설명을 잘못 이해해 다른 곳으로 간다면?' 등과 같은 질문을 주고받았다.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반복하자 예측 가능하면서 완성도 있는 기획안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방송제에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올릴 수 있었고 이를 보러 온 학우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콘텐츠 기획력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예능 PD로서 일을 하는데 든든한 뒷배가 돼 줄 것이다.
일단, 내가 항상 강조하는 소제목이 없다. 소제목은 글 전체의 내용이 어떤 핵심을 담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아이템과도 같다. 남들 다 아이템 장착하고 게임하는데, 맨몸으로 게임하면 당연히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
그럼 윤문 후 자소서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윤문 후 자소서>
[최단거리 경로와 우회경로]
대학교 2학년 첫 방송제, 예능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제목 미기입)>을 만들 때의 일이었다. 우리에겐 두 개의 길이 놓여 있었다. 첫 번째 길은 최단거리 경로. 보는 내내 긴장감이 감도는 다이렉트 한 예능이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뤄 깊은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다. 그것이 우리의 두 번째 길, 우회경로였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이야기를 담아내기로 했다. 양립할 수 없을 듯한 이 두 개의 길 앞에서 우리는 고민과 고민을 계속했다. 우리는 팀을 두 개로 나눴다.
첫 번째 팀은 ‘추격’에 방점을 둔 최단경로를 맡았다. 추격 상황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경우의 수를 제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첫 번째 팀은 미션 하나하나에 대해 각자 질문자와 응답자가 돼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도망팀이 먼저 도착해야 하는데 추격팀이 먼저 도착한다면?'과 같은 질문을 주고받았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준이 되자, 우리는 박진감 넘치는 직선적인 예능을 만들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두 번째 팀은 ‘시의성 내포’에 방점을 둔 우회경로로 맡았다. 언뜻 보기엔 그저 단순 숫자 게임인 것 같지만 그 문제의 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날로 설정했다. 또한 로케이션을 모두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곳으로 선정했다. 기억의 터,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소녀상이 있는 곳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도 영상 진행에 따라 차츰 우리가 다루는 내용의 기저에 위안부가 깔려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알아채게끔 했다.
이렇게 팀을 두 개로 나눈 결과, 우리는 직선적인 추격의 재미와 더불어 우회적인 시의성도 깔린 예능을 만들 수 있었다. 낙타와 같은 나는, 이번만은 두 개의 팀을 모두 관장하는 헤드쿼터 역할을 맡았다. 오직 하나의 선택권만을 갖았을 때, 위기의 가능성은 커진다. 나는 항시 폭넓은 선택권을 가진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때 비로소 진정한 창의력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제목 달아줬고,
첫 번째 문단에서
1. 본인과 팀이 했던 프로젝트 2.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고민 3.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했던 것
이 세 가지를 2-4줄의 문장에 깔끔하게 정리했다.
자소서는 무조건 두괄식이 되어야 한다. 너희들도 알긴 알겠지. 알아도 잘되지 않는 게 글쓰기니까 이해는 한다.
그러나, 너희를 평가하는 심사관들은 이해해 주지 않는다. 질문에 두괄식으로 답하지 않으면 그 뒤 문장은 읽지도 않는다.
작문에서 미션을 제시하듯, 첫 문단에서 반드시 모든 답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뒷문단에서 자세한 방법을 하나씩 서술해 나가면 된다.
마지막 문단은 모으기. 첫 번째 그리고 중간 문단들에서 행했던 것들로 인해 얻은 결과, 그리고 배운 점을 첫 문단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간결하게, 3-4문장 안에서 정리하면 된다.
마지막 문단에서 '낙타 같은 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실제 이 자소서의 바로 앞 문항이 사막, 낙타의 테마를 가지고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소서도 앞에서 깔아놓은 니쥬들을 계속해서 써먹어 주며 마지막 문항까지 가야 한다.
글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주면 너의 자소서 자체의 완성도가 올라가 보이기 때문이다.
자, 글을 다 읽었으면 이제 네가 직접 자소서를 작성해 볼 차례다.
백지에 겁먹지 마라.
백지는 그냥 백지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아무 말이라도, 잘 안되면 아무 단어라도 써 내려가다보면 너의 키워드를 반드시 뽑아낼 수 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에게 연락하길 바란다.
쓰러 가 이제! 유튜브 하나만 보고 시작해야지, 하지 말고
지금 바로 백지 앞에 앉도록 해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