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작년 2022년에 SBS나 tvN나 JTBC 중 한 곳에 최종 합격한
예능 공채 PD가 공채 필기 작문 시험을 앞두고,
2021 SBS 예능 필기 기출 시제로 연습한 걸 갖고 왔다.
첨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려는 건데, 그게 꼭 나일 필요는 없겠지.
다만 믿고 귀 담아 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 첨삭을 받는 건 분명 필요하다.
자기 혼자서만 쓰고, 자기 혼자서만 극한의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기 작문의 문제를 파악하는 건 극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가급적 이미지파일로 보는 게 도움될 거다.
중간 중간 내가 엄청 미주알고주알 뭐라고 잔소리, 사실은 첨삭 멘트를 남겼는데,
스크린샷으로 봐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거덩.
(그리고 아래, 내가 제작한 언론고시 교본도 다운 받고..!)
(80분 소요)
시제23: 이 프로그램의 메인 제목을 쓰고, 기존의 연애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본 적 없는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화된 룰과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최종회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묘사하시오. (등장인물 수는 자유) (2021 SBS 기출)
꿈속에서 tv를 켰다. 기상천외 연애 버라이어티 쇼 마지막 회차가 방영 중이다. 다음은 해당쇼의 출연진이다.
• 둘째이모 김다비
• B대면 소개팅 최준
• 펜트하우스 천서진
•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
• 블랙위도우
• 스파이더맨
• 춘향이
• 변사또
1. 로그라인(기획안 ‘러브 배팅쇼 <올인>’ 참조)
*미션형 작문
미션: 올인 선택의 시간에 수치스러운 결말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수식어: 사랑 앞에선 계산하게 되는 욕망덩어리, 천서진. 하지만, 한 명에게도 선택받지 않았다는 치욕스러움은 겪고 싶지 않은 사람.
주인공 원초적 욕망: 남들보다 돋보이고, 관심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
방해 요소(달성 과정): 최준의 안정적인 애정공세. 여전히 묵묵부답인 빈센조, 다가온 올인 선택의 시간
2. 개요 분석 (예시임. 가짜결말 –꺾기-진짜 결말로 뚜렷하게 나뉘지 않더라도 이걸 기본 기준으로 삼아서 분석함)
-서+본1: 마지막 데이트, 최준의 꾸준한 애정공세->안정적으로 나를 뽑아주겠다고 생각.
-본2: 마지막 배팅표 확인, 오직 최준만이 나에게 배팅. 빈센조에 대한 내 배팅값 90은 60으로 떨어짐->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치욕은 수치스러움->최준의 배팅값 90을 100으로 올림.
- 본3: 최준과 함께 올라간 올인 배팅의 시간나는 최준의 대답을 기다림.
-가결: 최준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함.
-꺾기: 사랑을 계산적으로 재고, 따지고 시작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 사랑은 수치화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올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
-진결: 최준의 계산적이지 않은 모습에 반하게 된 나.
서에서 룰 설명만 제대로 해주면 망하기 어려운 로개요다.
네가 갖고 있는 걸 잘 활용한 거 같다.
읽어보자.
[러브 배팅쇼, 올인(All-in)]
프로그램 제목: 러브 배팅쇼, 올인(All-in)
기획의도: 어른의 사랑은 풋사랑과는 다르다. 이전 연애의 경험 때문에,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마음만큼 이성적인 판단도 하게 되는 어른의 연애! 하지만, 사랑만큼 예측 불가능한 것도 없다. 이제는 대놓고,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마음 지분율을 이성에게 투자하고, 최종적인 올인 선택을 해보는 국내 최초 ‘마음 수치화’ 연애 버라이어티!
차별화된 룰:
1) <러브 배팅 시간>: 첫날 저녁, 남녀 8명은 본인이 원하는 상대에 대한 마음의 지분율에 따라 부여받은 코인 100을 투자한다. 이후부터는 매일 저녁, 본인에게 투자한 상대방 코인의 상승/하락 여부를 결정하고, 본인이 투자한 지분율 변경 여부를 결정한다.
2) <대주주 데이트권>: 남녀 8명은 본인에게 투자한 금액이 높은 상대방과의 데이트를 진행해야 한다. 데이트는 부여받은 코인의 상승/하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3) <올인 선택의 시간>: 남녀 8명은 상대방에게 투자한 금액이 100이 되는 순간, 올인 선택권을 가진다. 선택의 시간, 올인을 준 사람은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린다. 상대방이 승낙하면, 커플로 발전하고, 거절하면, 끝이 난다.
근데 차별화된 룰 부분이 너무 길다.
제대로 읽어줄까. 의아하다.
그냥 딱 하나의 룰만 제시를 해줬으면 좋았을 거 같다.
조수현은 미니멀에 목을 맬수록 합격 확률이 오를 거라고
나는 99.9% 장담한다. 초초초미니멀해지려고 해보자.
진짜로~!~!~!~!~!
맥시멀은 언시 공채 필기에선 독이 된다고~!~!~!~!
제발!
저 룰 ㅠ.ㅠ
두 줄 이하로 제시해줬어야 했다. 엉엉.....
- 게임 시작 전, 플레이어들은 누구든 5분 간의 신청 시간 동안 대선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
- 후보자들은 중도 사퇴가 가능하며, 대선 후보가 아닌 플레이어들은 자동으로 유권자가 된다.
- 90분 동안 후보자들은 선거 유세 활동을 할 수 있으며, 30분마다 후보들의 지지율이 공개된다.
- 대선 후보자들은 각자 고유의 칩 20개씩을 받으며, 이를 선거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 90분 간의 유세 활동이 끝난 뒤, 투표가 진행되며 후보자들 중 최다 득표자가 우승, 최저 득표자가 탈락 후보자가 된다.[1]
- 게임 종료 후 플레이어들이 보유한 당선된 후보자의 칩 1개당 가넷 1개로 교환된다.[2]
이거 지니어스게임의 <대선게임> 룰이다.
이것만 읽어선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까 텍스트로만 설명해준 게 아니라
그래픽 총동원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려 했지.
그런데도 게임을 보면서 룰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100% 이해하고 본 사람은 드물었다.
너도 지니어스게임 봤다면 그런 경험을 분명히 했을 거다.
그러니 텍스트로만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선
그 룰도 최대한 간소화 해서 보여주는 게 낫다고 말하는 거다..!
기획안은 그 자체로 뭔가를 설명해야 하는 서식이므로
룰이 좀 복잡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물론 그조차도 미니멀하게
간략한 룰이면 더 좋겠다만.
근데 픽션. 작문은 설명이 아니라 드라마틱한 재미와 스토리텔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거다.
설정과 설명이 많을수록 노잼이 되는 이유다.
(최종회 하이라이트 장면)
“아하항~제가 아직 서진씨 대주주인가봐용~”
“아하..네네...”
마지막 데이트를 또 최준과 보내게 되다니. 한국 최고의 소프라노, 청아재단 이사장 딸에 엄친아 타이틀인 나를 감히 최준 빼고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다니. 이 프로그램만 끝나면, 다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아무튼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이왕 <올인> 프로그렘에 출연한 상황에 천하의 천서진이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너무 치욕스럽다. 어떻게든 한 명은 붙잡고 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나마 최준만이 첫날 배팅한 90코인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마음에 쉼표가 되어주겠다나, 어쨌든 안정적인 카드다.
“자, 마지막 배팅표 공개해드립니다! 보시고, 마지막 <러브 배팅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전현무 MC의 호령과 함께 어제의 배팅한 결과값이 거실벽에 비춰진다. “와아앗~!!!” 꾀꼬리 같은 성대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 빈센조에 대한 내 배팅값 90이 60으로 곤두박질쳤다. 얼굴은 반반하게 생겨서, 마피아 출신이라더니 보는 눈이 없다. 됐다. 최후의 보루, 최준을 선택해서 치욕은 면하리다. 마지막 배팅 시간, 들어가서 최준이 내게 준 배팅값 90을 100으로 상승시킨다. 최준이 불안한지, 굳이 물어본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 배팅 다 했어요?” 어차피, 오늘 보고 말 사이니까, 가식적인 웃음을 내비친다. “네~오홍홍.”
드디어, <올인 선택의 시간>.
“자, 사랑만큼은 철이 없고 싶다는, 최준 씨! 드디어 천서진 씨와 마음 지분율이 같아지는 순간이 온 건가요~~!” 듣기 싫은 전현무 MC의 밀당이다. 빨리 결과 듣고, 펜트하우스에 가고 싶다. 아랫 공기를 너무 마셨더니 목이 아프다. “자, 이제 진짜 선택의 시간입니다! 최준 씨의 마음 지분율을 100으로 올리신 분이 천서진 씨이기 때문에, 선택은 최준 씨가 해야 합니다. 최준 씨, 당신의 마음을 천서진 씨에게 올인하시겠습니까?”
“저..저는 안할게요. 미안해, 꼬마 아가씨.”
“와아앗~!!!” 또다시 꾀꼬리 같은 성대가 튀어나온다.
“네? 최준 씨, 무슨 이유죠?” 전현무 MC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나 보다.
“사랑만큼은 계산적일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배팅하고, 따지고, 수치화된 사랑보다 처음부터 올인하는 사랑하고 싶어요. 꼬마 아가씨랑 이렇게 시작하고 싶지 않아요, 준이는요.”
그렇게 유일하게 시청자가 기대했던 나와 최준마저 커플이 성사되지 않자, 0 커플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계산적인 배팅 전략을 멋지게 구사한 빈센조는 드라마에 캐스팅 되었고, 모두에게 정 주는 김다비 아줌마는 ‘주라 주라’ 노래로 떴다.
무엇보다 최준. 나만을 열렬하게 사랑했던, 철없는 그는 그만의 돌직구 멘트를 비대면으로 보여줘 만인의 연인이 되었다. 오늘도 쉴 때면, ‘B대면 데이트’를 친...
잠깐만, 나 왜 자꾸 생각나는 거지??? 나한테 <올인> 프로그램이 남긴 게 이거라고???
으아악—복수할거야!!! 최준!!!!
-끝-
내용에 완연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합격권은 아닌 거 같다.
홀드가 이렇게 중요한 거다.
**작가님, 하이라이트 장면 묘사라서 미션형으로 쓰기가 조금 어렵게 느껴지네요ㅠㅠ최대한 정보량을 줄이려고 1인칭 시점으로 썼는데,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 전지적 시점으로 쓰는 게 더 나았을까요?? 정보량을 줄이고 그게 가능할지...모르겠어서...작가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그냥 1인칭인 게 나앗을 거고.
룰을 초단순화해서 제시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 각각의 출연자는 첫날 3명에게 자신의 마음 지분율을 할당할 수 있다. 그 정보는 모든 출연자에게 공개된다
- 두 번째 날에는 2명에게 마음 지분율을 할당한다. 그 정보는 출연자들에겐 미공개다.
- 마지막 날엔 한 명에게 올인해야 하며, 서로 올인한 커플끼리만 매칭이 된다.
원래의 것을 좀 버리더라도
읽는 이가 이해할 수 있게 손을 봤어야 했다.
정보량을 줄여야 한다는 걸 너도 인지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 사항에 대해 네가 인지 못 하고 있으면 개선이 요원해지니까.
너의 특징은 로그라인 적을 때도
주인공 수식어에 뭔가를 엄청 적는다는 것에 있다.
다른 애들에 비해 3배 정도 길다.
그런 것들이 작문 설정을 비대화 시키는 거다.
단순하게. 한 줄씩 적어준다 맘 먹어야 개선된다.
아무리 내 머리에 위대한 아이디어(스토리)가 있더라도
그게 다른 이에게 전달(텔링)이 안 되면 그 스토리는 그냥 없는 거와 마찬가지다.
물론, 첨삭을 받지 않고서도 스스로 치열하게 공부하여 최종 합격을 이룬
공채PD들도 엄청 많다. 다만, 시간. 시간이 문제다.
공채 시즌이 다가오는데,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면, 첨삭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아껴, 아낀 시간 만큼을 다른 데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자신의 문제점을 적확하게 파악해주고 그 점을 알려주는 것을 통해
실력이 키워지니 말이다.
작문 첨삭의 중요성 ㅣ#20. 예능 공채 PD 최종 합격자 시리즈ㅣSBS나 tvN나 JTBC 중 하나 합격했음 ㅣ 언론고시 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