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모처에 자리한 IS 수반 때문에
내 일상이 붕괴된 적이 있던가.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가 나를 슬프게 할 수 있는가.
유럽의 마약왕인 벨기에의 반 부이부텐넨으로 인해 내가 고통 받을 수 있는가.
없다.
나의 근간을 뒤엎었던 고통들은 모조리 내 인근에 위치했던,
내가 좋아했던 것들에서 연유했다. 나의 부비트랩은 내가 열렬히 사랑했던 것들이었다.
발모가지 날아간 것처럼 끙끙거렸음에도, 목발질 하는 형국으로라도
여기까지 온 것도, 그 부비트랩들이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심어놓은 것들이라
어디에 호소할 방법도 근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이 생기는 건 두려운 일이다.
이게 또 나의 부비트랩이 될 걸 안단 말이다.
언젠가 나는 또 크게 한 방 당할 것이다.
그러나 자처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내가 심어놓은 것들이다. 마땅히 언젠가 크게 화를 당하게
될 걸 알면서도, 나 스스로 심어놓은 것들이다.
그러니 그 흉터들을 사랑의 훈장으로 여기며 계속 사랑하는 것들은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