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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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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오후 뇌스트레칭

by 김봉민 2021. 8. 5.

-어제 새벽에 유순이가 또 오줌을 작업실 러그에 쌌다

 

-화를 참고 휴지뭉터기를 러그 위에 물기가 안 나올 때까지 도장 찍듯 꾹꾹 누르고 물티슈와 베이킹소다수로 나름 소독을 한다고 했다

 

-모르긴 해도 내가 모르는 유순이의 소변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디고, 작업실 러그는 소변기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내 방에 들어오니 또 소변마크가 내 매트리스에 찍혀있었다 

 

-왜 나는 사소한 일에 폭발하는가 

 

-나와 유순이의 힘겨운 감정 싸움이 이어졌고, 사실 그건 싸움이 아니라 나의 일방적 폭주에 가까웠고, 유순이는 자기 자리를 끝까지 고수하다가 끝내 자리를 피했다 

 

-빈백에 기대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그러다 참아왔던 내 그 사소한 불만들이 유순이의 소변처럼 쏟아졌고, 나는 러그 위에 방뇨된 그것처럼 내 방 한 구석에서 증발하지도 못 하고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30분 동안 그러고 있으니 자책은 심해지고

 

-이게 다 뭐라고. 도대체 이게 다 뭐라고. 

 

-러그는 이번 주 안에 그냥 버리자 

 

-러그가 없으면 앞으론 괜찮아질 거야 

 

-수련이고 단련이고 다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참는 것에 서툴어진다 

 

-한낱 나는 그런 사람이란다

 

-나 스스로 발명해낸 희망을 어떻게든 붙잡고 있는 건 얼마나 수고 많은 일인가 

 

-내 안의 앙상함은 그저 강아지의 오줌 몇 방울 만으로도 드러난다 

 

-화가 많이 나는 이유는,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는 게 대다수 인간의 공통된 현상이다 

 

-세상과 무관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인적이라곤 박멸된 아마존 한 가운데 들어가면 내가 과연 정말 편안해질까 

 

-나는 글쓰기 가르치는 것을 잘하는 편인데, 잘하는 것과는 별 상관 없이 이 짓 하는 걸 굉장히 피곤해 한다. 이걸 가장 오래해왔고, 이게 가장 편하게 돈 버는 방법이기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참을 이유가 분명한 것이니 마땅히 감수해야 하겠다 

 

-오늘 눈을 뜰 땐 베이스 뚱뚱 거리는 어떤 멜로디를 만들어 흥얼거리고 있더라 

 

-어제는 목소리를 잃은 아나운서가 분노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유순이에게도 어떠한 이유가 있기에 저렇게 줄창 러그에 오줌을 싸는 것일 텐데, 유순이는 당최 말을 해주지 않는다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 하는 형편과 말할 수 있음에도 시종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의 차이

 

-오늘은 첨삭을 엄청 해야 한다 

 

-내가 자처한 것이다 

 

-전자양은 소변을 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