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발표가 난 후, 허둥지둥하고 있을 거다.
작문, 논술 필기 준비가 부족하단 생각도 당연히 하고 있을 거다.
마음이 타들어가는 자책도 좀 하고 있을 거다.
이번엔 붙어야 하는데.
PD가 되어야 하는데.
언론고시 최종 합격하고 싶은데!
라고 애걸복걸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리 없다.
일단 교본부터 다운을 받자. 내가 제작한 거다. 무료다.
PD 공채 최종 합격이 간절할 거다.
그런데 누구나 다 하는, 종합스터디에 들어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공부오 연습을 하겠지만,
솔직히 경쟁자들끼리 모여서 뭐하고 있는 건가.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니다.
정보전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정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내 분명히 알려주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다.
이상한 피드백을 받느니, 그냥 아예 피드백을 안 받는 게 낫다.
PD 준비하는 언론고시생들끼리 작문을 쓰고 논술을 쓴 후에
자기들끼리 피드백을 주고 있는 게 진정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가?
제 코가 석자인데 꼼꼼하게 읽어줄 것 같은가?
자기도 잘 못 쓰는데, 제대로 필요한 말을 해줄 능력은 있을 것 같은가?
당신은 상대방에게 해줄 수 있겠는가?
착각을 하지 말자.
언론고시는 정보전이며, 동시에 전쟁터이다.
그러니, 합격을 원한다면 남들과는 다른 작문 정보와 합격권 작문 자료를 구하자.
남다른 고급 피드백으로 앞서나가자. 다음은 내 교육을 통해 언론고시 최종 합격하여
현직 PD가 된 전직 수강생들 작문 자료이다. 꼼꼼하게 읽어서 해될 게 있을 리 없다. (해당 내용은 내가 제작한 교본에도 나와있다)
다음은 나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공채 PD가 된 자들이 연습했던 작문 3편이다.
이 작문들을 읽고 공통점이 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 교본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나쁘지 않게 썼네’라고 느낌만 받을 뿐,
도통 구체적으로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초보 노가다맨의 심정으로 이 교본을 끝까지 읽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가 만난 기적>
하늘나라 저기 어딘가, 지구에 기적을 행하는 이들이 모여 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적은 이들 - 지구에선 천사라 부른다 - 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그들 중 하나인 내 이야기다.
“너 한국으로 발령받았다며? 어떡하니?”
내 첫 발령 소식을 들은 친구가 말했다. 우리는 백 년에 한 번, 지구로 발령을 받았다. 지구에 기적을 행하기 위해서였다. 원하는 나이로 내려가 지구에서의 삶이 다하면(죽으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만 발령지는 랜덤이었다. 내 첫 발령지인 한국에 대한 친구들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걱정되었지만 괜찮았다. 신입 교육 때 한국에 대해 배운 결과,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나름 괜찮은 나라였다. 어찌 됐든 나는 한국에 내려가 기적을 행하고 올라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천사의 징표를 등에 새기고 - 링 모양의 문양 - 한국으로 내려갔다.
스무 살 성인으로 내려간 나는 직업부터 구해야 했다. 어차피 내 죽음은 정해져 있으니, 기적을 행하고 명예롭게 죽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바로 소방관이었다. 자신과 전혀 무관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으로 천사인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기적이었다. 40:1이 경쟁률을 뚫어야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소방공무원은 위험하다고 다들 기피해 그나마 낮은 경쟁률을 보여 다행이었다. - 그나마도 10:1이었다 - 이런, 중년의 나이로 내려왔어야 했다.
그렇게 3년간 엉덩이에 땀띠 나도록 공부하고, 등에 땀띠 나도록 운동한 끝에 소방관이 되는 기적을 이루었다. 이미 한국에서 기적을 한 번 행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6개월 동안의 시보 생활을 마치고 정식 소방관이 되었다. 진짜 기적을 행할 차례였다. 생각보다 화재 현장은 적었고, 구급 활동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기도 하고, 벌집도 제거하면서 한국에 소소한 기적들을 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난 전화들에 막히고, 불법주차 된 차들에 막히고, 양보하지 않는 차들의 진로 방해에 막히기 일쑤였다. 그나마 과태료가 증가한 덕에 어느 정도 개선은 되고 있었다. - 지상에서 돈의 힘은 위대했다 - 하지만 열악한 장비는 나아지지 않았다. 새로운 보급이 나오지 않아 몇 년째 쓰고 있는 장갑이 제 기능을 못 해 피부가 녹기도 하고, 낡은 소방복은 통풍이 잘된 지 오래였다. 남을 살리기 위해서 내 돈을 내고 따로 더 좋은 장비를 사야 했다. 소방관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피로인. 우리끼리 자조적으로 우리를 부르는 말이었다. 나라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고,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FILO’(First In Last Out)인 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가장 피로한 사람이었다. 어느새 나도 천사라는 내 신분을 잊은 채, 이들과 동화되어 있었다. 함께 피로한 생활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나도 진짜 소방관이 되어있었다.
“화재 발생, 화재 발생,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 발생! 대원들은 신속히 출동하라!”
화재 시 골든타임은 5분. 우리는 즉시 출발했다. 현장은 공사장 인부들이 대거 도망쳐 나오고 있는 아수라장이었다. 우린 피로인으로서 그들이 도망쳐 나오는 불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한 명, 두 명, 인부들을 구해내기 시작했다. 준공되지 않은 건물이라 인부들이 대다수였다.
그때였다.
“저기요! 우리 아들 좀 구해주세요! 아직 안에 있어요! 제발요!”
다급해 보이는 노모의 외침이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난 뛰어 들어갔다. 명예롭게 죽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장이었다. 그때 뒤따라 온 동료 두 명이 더 있었다. 팀장과 사수였다.
“팀장, 사수! 여긴 왜 들어와요! 제가 구하고 나가면 되는데! 어서 나가요 당장!”
“아니야, 여기 구해야 할 사람이 더 있대. 너라도 빨리 나가”
“그래, 너는 아직 젊잖아. 얼른!”
나는 죽으면 다시 하늘로 돌아가지만 이들은 아닐 터였다. 이들은 굳이 죽음을 자처하고 있었다. 전혀 나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제발 나가요! 제가 다 구할게요! 전 죽어도 괜찮아요. 사실 전 천사예요. 죽어도 하늘로 돌아가면 그만이라고요!”
그들이 도저히 나갈 것 같지 않자, 나는 금기를 어기고 내 신분을 밝혔다. 낡은 소방복을 벗고, 등에 있는 천사 문양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아. 그랬구나. 괜찮단다, 수호야.”
“그럼 우리 이들을 빨리 구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까?”
팀장과 사수는 소방복을 벗었다. 그들의 등에는 둥근 링이 박혀있었다.
어렴풋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기저기 현장을 누볐던 그들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아아. 여기서 기적을 이루는 소방관들은 모두 천사였구나.
-끝-
자, 첫 번째 작문을 읽었으니,
다음 작문도 보자. 참고로 이 작문들을 모두 각기 다른 사람들이 썼는데,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공채에 합격했다는 것에 있다.
<웃기지 않은 개그맨>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역시 세계 최고의 코미디언다웠다. 내 인생 또한 친구들이 봤을 때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 코미디언이었지만 현실은 대학로 극장에서 열리는 코미디 쇼에 아무도 오지 않는 망한 코미디언이었으니까. 오늘도 관객은 0명. 벌써 1년째 이 모양이다. 난 실패했다. 이젠, 포기하련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내 무대 한 번 보여주고 오늘 밤 12시에 이 세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가족들에게 오늘 내 소극장에 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오후 6시.
가장 먼저 엄마가 도착했다. 이마트 캐셔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오신 듯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공산품들의바코드를 횡단보도 삼아 생계를 이어오신 우리 엄마. 엄마에게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같은 슬랩스틱이 제격이리라.
엄마를 객석 1열에 앉혀 놓고 사각형 모양의 콧수염, 엉성한 신사 모자, 지팡이까지 완벽하게 채플린 분장을 한 뒤 현대 노동자들의 삶을 토대로 슬랩 스틱을 열연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엉성하게 걷다가 넘어지고, 널브러진 참치 통조림들을 잘못 밟아 진열된 상품들을 쓰러뜨리고, 마지막으로 컨베이어 벨트 위로 실려 가는 <모던 타임즈>를 오마쥬한 슬랩스틱까지! 하지만 완벽한 열연을 끝내고본 엄마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걱정만이 서려있었다.
“아들,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넘어질 때 엉덩이 뼈 크게 부딪히던데 안 아프니?”
아차, 웃음보다 내 걱정이 먼저인 엄마였다.
오후 8시.
두 번째로 동생이 도착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 ‘샤’ 대학교 공대에 다니는 내 동생. 오늘도 화학 실험 때문에 늦게 끝난 듯했다. 엄마를 웃기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웃기리라. 대학생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인싸 개그’면 백발 백중이었다. 객석 1열에 동생을 앉혀놓고 요즘 유행하는 ‘인싸 개그’를 퍼부었다.
“내 얼굴 잘 생긴 거 인정? 어 인정”
“동의? 어 보감”
“고등? 어 조림”
“머라이? 어 캐리”
하지만 동생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찡그림만이 배어 있었다.
“형, 무슨 소리야?”
아차, 내 동생은 공부만 하는 ‘아싸’였다.
오후 10시.
마지막으로 아빠가 도착했다. 여의도에서 회사가 끝나자마자 달려오신 아빠였다. 비록 엄마와 동생은 실패했지만 아빠만은 확실하게 웃길 수 있었다. 50대 중년들에게는 사회 풍자 개그가 취향저격이었으니까. 객석 1열에 아빠를 앉히고 사회 풍자 블랙 코미디를 보였다.
“박근혜가 간장을 먹으면? 간장 치킨!”
“이명박이 멜빵을 입으면? 미키마우스!”
언제나 정치 풍자 블랙 코미디는 관객들의 정치에 대한 답답함을 뚫어줬기에 확실했다. 하지만,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불쾌함만이 서려 있었다.
“…”
아차, 우리 아빠는 자유코리아당 지지자였다.
결국, 난 마지막 무대에서 가족조차 웃기지 못했다. 나란 놈은... 못났다. 어서 가족들을 보내고 무대를 정리하고, 12시 정각에 내 삶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아빠가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으니 외식이라도 할까?”
생각해보니 이렇게 온 가족이 모인 것도 오랜만이었다. 언제나 마트 일로 바쁘셨던 엄마, 공부만 했던 동생, 회사 업무에 치여 사셨던 아빠까지. 하지만 오늘, 나를 위해 소극장까지 달려와 준 가족들이었다. 비록 내게 코미디에 대한 재능은 없었어도, ‘나’를 보러 와주는 나만의 ‘관객’들이 있었다.
11시 59분.
나만의 관객들과 극장 근처 삼겹살 집에서 외식을 했다. 신기하게도 무대에서는 웃지 않던 가족들이 모이자 서로의 이야기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내 인생의 관객들을 위해, 조금은 더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12시.
아니 0시.
소주잔을 부딪히며 건네는 웃음에,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그리고 감히 찰리 채플린의 명언에 하나 얹어 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
-끝-
뭔가 비슷하단 게 느껴지는가?
느껴질 거다. 물론, 제대로 설명하긴 어려울 거다.
면접을 경험해본 자는 알겠지만, 뭔가를 언어(글이든 말이든)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해당 사항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뜻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신의 실력에 대해 스스로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그때문에 장수생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딴소리 같겠지만, 변화의 3단계를 알아야 한다.
1단계. 인지
2단계. 인정
3단계. 수정
정확한 정보를 인지해야 자기 실력의 허접함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인정하게 된다. 인정해야 그 허접함을 들어내거나, 메울 수 있다.
그런데 작문을 잘 못 쓰는 언시생들(특히 장수생)은 당최 인정을 안 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인지가 안 되어 있기 때문. 뭘 알아야 인정을 하든 말든 하지…
그러니 수정도 안 되고, 계속 그렇게 글을 못 쓰는 상태로 고착화 되어
꿈의 실현은 점점 요원해지게 되는 것이다. 말이 많았다. 각설하고, 마지막 3번째 작문이다.
<유서첨삭>
“친구들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 부모님께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이 밥만 축내는 불효자식.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나 주는 몹쓸 개차반. 27년 동안 나는 그런 쓰레기 같은 놈으로 살아왔다. (중략) 이제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하련다.”
1시간가량 담담하게 내 심정을 글로 써내려간 뒤 엔터키를 눌렀다. 잠시 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서가 SNS에 게시됐다. 한결 차분해진 마음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얼마나 민폐를 끼치며 이 부질없는 생명을 연명해왔던가. 하지만 이러한 자책도 더 이상 의미 없기에.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20층 높이의 옥상. 이제 공중으로 몸을 던지기만 하면 그만이다.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댓글1. 누군가 나의 유서에 댓글을 단 것이다. 확인해봤자 아무 쓸모도 없...긴 하겠지만 괜스레 궁금하다. 핸드폰을 켜서 확인해보니 대학 동기 호성이의 글이다.
네 녀석이 뭘 알겠느냐. 이게 진짜 유언인 줄도 모르고. 그 다음 이어진 댓글
잠시 뒤 한 여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아... 예쁘다. 하늘이 날 돕는구나. 역시 사람은 돕고 사는 게 인지상정이지. 하긴 내가 뚜쟁이로 이어준 친구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덕분에 이런 복도 간간이 굴러들어오긴 한다. 생각해보니 내 유서... 너무 격하게 쓴 듯싶다. 방으로 다시 돌아와 유서를 퇴고하기로 했다.
“친구들에게는 제법 쓸모있는 녀석. 하지만 부모님께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이 밥만 축내는 불효자식.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나 주는 몹쓸 개차반.(생략)”
수정한 뒤 프린터로 한 장 뽑기로 했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님을 위한 유서다. 자 이제 슬슬 뽑아... 엇! 그러고 보니... 프린터기는 안방에 있지 않던가? 큰일이다! 어머니가 먼저 보시는 날에는 난리가 날 텐데. 역시나. 안방을 달려가보니 어머니가 내 유서를 읽고 계셨다. 등에 식은 땀이 가득 흘러내렸다. 한참을 읽으시던 어머니의 첫 마디.
“이거 작문 숙제니?”
다행이다. 아직 눈치 채지 못하신 듯하다.
“그런데 왜 글로 죽는다고 쓰고 그래. 우리 아들 죽으면 안 돼. 아들 죽으면 누가 강아지 산책시켜. 재활용은 누가 하고, 청소기는 누가 돌리나? (웃으면서) 혹시 일 많이 시켜서 죽고 싶다... 뭐 이런 뜻인가?”
우리 어머니의 유쾌한 독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제 어머니 나이도 60이 다 되어가는데, 가족 중에서는 어머니를 도와 각종 허드렛일도 하는 사람이 유일하게 나밖에 없으니. 비록 취직하는 게 효도라지만, 이것도 내 나름의 효도 아닌가 싶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재퇴고다.
“친구들에게는 제법 쓸모있는 녀석. 부모님에게 나름 효자노릇 톡톡히 하는 아들내미. 하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나 주는 몹쓸 개차반.(생략)”
아차. 깜빡했다. 5년 전에 헤어졌던 유민이에게도 이 유서를 전달해야 한다. 3년을 사귀고도 식어버린 마음에 헤어지자고 말할 때 울며불며 나를 붙잡던 유민이. 지금도 나를 많이 원망하고 있을 터.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SNS 친구도 끊어진 상태니 메신저로 유서 전문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번엔 꼭 시원하게 뛰어내... ‘띠리링’ 그녀에게서 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그녀 또한 유서인줄 모르는 눈치다.
의외였다. 그 가슴 아린 기억이 추억으로 남다니. 그녀의 답장을 읽고 난 뒤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장해두었던 유서 파일을 다시 열어 최종퇴고를 하기로 했다.
“친구들에게는 제법 쓸모있는 녀석. 부모님에게 나름 효자노릇 톡톡히 하는 아들내미.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준 남자. 응? 27년 동안 뭐 나쁘지 않게 잘 살아온 거 아닌가? (중략) 앞으로도 꿋꿋히 살아가며 좋은 사람으로 남으련다.”
-끝-
제대로 된 준비가 최고로 좋다.
그러나 시험을 코앞에 두고는 차선책을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게
최선일 수도 있다.
만약 이 포스팅을 보는 이 중 완전 초심자가 있다면, 아서라.
아무 효과도 없을 거다. 몇 번이라도 글 써보며 글쓰기가 얼마나 빡센지,
경험을 1시간이라도 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신청 안 하는 게 나을 거다.
PD 언론고시 작문 논술 필기 전형 속성 대비 교육 ㅣ KBS, JT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