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만나 알고 지냈던 그 모든 사람들 중,
지금은 그때보다 멀리 떨어지게 되어 소량의 아쉬움이 남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떠올리면, 왜 그때와 지금은 달라진 걸까 하는 섭섭함에 나를 돌아보기도 한다.
그 사람들한테 미운 맘이 터럭 만큼도 없다면 그건 대인배인 척 하는 나의 발연기일 테다.
그 얼굴들을 하나 둘씩 세다 보면 밤을 지새우게 될 테니 모쪼록 그런 미련함은 근절을 해보고,
이번엔 질문을 다르게 던져보기로 한다.
우리는 멀어진 게 아니라, 그 시절 너무 가까워졌다가, 원래 유지해야 할 간격을 되찾은 건 아닐까?
아쉬움과 섭섭함이 있긴 있다만 그것에 압도되어 하루하루 쩔쩔매며
지내지는 않는다. 먹고 사는 것에 큰 불편함을 못 느끼니 괜히 한 번 부려보는
투정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당신들에게 느끼는 그 미운 맘마저도
제대로 된 형식이었다면 저주 수준의 것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고작해야 자잘한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마음'에도 못 미치고,
이따금 술에 취하면, 그래, 거기 그렇게 살고 있어줘서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고마워,
혼잣말을 할 때도 있었다.
멀어진 게 아니다.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다.
거기가 경사의 현장이든 조사의 현장이든
한 번 이상은 반드시 만날 거다.
나 역시 미운 짓을 안 했을 리가 없는데, 일단은 약간 사과해보고,
그건 나도 느끼는 것이니, 화끈하게 퉁을 치자.
그리고 나도 그러할 테니, 내일도, 너 있는 그곳에서,
원래의 그 모습으로 꿋꿋하게 잘 늙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