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으로 살다가 죽는다는 것을 수억만 가지로 해설할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한 번 구술해보고 싶어. 사람이 사람으로 살다가 죽는다는 것은,
타인이 절대로 몰랐으면 하는
수치스럽거나 위대한, 공공연한 비밀 수만 개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하는 것,
이다. 라고. 이걸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까, 하다가
나는 내가 방금 전까지 읽고 있던 소설을 계속 읽고 싶어져서
어쩔 수가 없어. 이건 여기까지만 쓰는 수밖에 없겠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은 내가 죽은 후
수지도서관 인터넷 데이트베이스를 뒤지면 밝혀질 수 있겠지.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도, 언제 죽었는지도 온라인을 잘 뒤지면
금방 나올 수도 있겠네. 그러나 나는 내가 내일 죽는 건지 아흔 살에 죽는 건지
가늠이 안 돼.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여기가 어딘지도 기록에 남을 거다.
지금 듣고 있는 오아시스의 음악. 이것도 밝혀낼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내 몸 안에 또아리 튼 이 블랙홀. 화이트홀. 혜성. 은하수와 은하.
폐허와 잔해들. 거기서 꽃피는 울음과 웃음과 삭막한 표정의 희망들과
기타 등등의 잔상들과 혐오스러운 여타의 것들.
너의 얼굴과 이름과 체온에 대한 감각들.
언젠가는 구체적으로 그려보겠다고 약속해본다.
그럼 앞서 다짐한 것처럼 이제 비로소
다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