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을 떠났다.
내가 태어난 면목동을 떠났고.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대학로를 떠났다.
쫓겨난 것 같기도 하고 버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지겨워져서 내가 나와버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게 조금씩 혼합된 것 같기도 하다.
여하간 나는 뿌리째 뽑혀 부유하는 것인가.
안착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돌아가지는 않기로 해본다.
돌아가지는 않는다.
좋을 땐 모든 게 다 좋으므로 나쁠 게 없지만,
나쁠 때에도 나쁘지 않게 대해주는 건 드물다.
돌아가지 않는다. 난 너희를 안다.
이제 와 변할 거였다면, 그때 그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와 변할 수 있다면, 그때에 이미 변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이제 내 고향들의 극대칭점에 가는 것이다.
설령 그곳에 씨발,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고향들에게서 멀어지는 게 나의 미션이다.
이 우스운 것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