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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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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았다.

by 김봉민 2019. 3. 8.

제목과 동일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환경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진짜로. 그걸 한 번 써보자. 


형이 정신병으로 2층에서 점프하고는 알몸으로 미친 소리를 떠들었던 순간이 있어, 

매일 유서 같은, 혹은 처방전 같은 일기를 중1 때부터 써왔다. 

글쓰기를 저절로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의 재수와 3수는 무산시키고, 대신 형의 스트레이트 5수를 허용한 

부모 덕분에 수능을 안 보는 학교를 찾아야 했고, 그래서 서울예대 입학이 가능했었다. 

거기서 글쓰는 명분을 얻었다!



그리고 기본이 '이 개씨발 쓰레기 같은 새끼들아, 나가뒈져. 그냥 죽어버려'인 

아버지의 언어 습관 덕분에 '인간'이란 무엇인지 깊이 사색하게 되었다. 

'병신성과 악마성을 근간으로 하나, 그럼에도 그 근간을 뛰어넘으려 발악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나만의 관점이 생겨 글 쓸 때 도움이 되었다!



나의 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글을 쓰는 걸 두고, '글은 머리 좋은 사람이나 쓰는 거야'라는 채찍질을 아끼지 않았던 

가족들 덕분에 더욱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머리에 문제가 생겨 길바닥에 쓰러졌을 때도 '글 써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 그렇게 된 것이니 글쓰기를 관둬'라는 

기조의 발언과 함께, '계속 글 쓸 거면 집에서 나가라'라고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아버지 덕분에 

집을 나왔고 언제 또 쓰러지지 모르지만 더욱 분발해서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형제의 밤'을 쓸 수 있었고, 지난 6년 동안 굳이 애써 저 작가입니다, 라고 

주장하지 아니 해도 되는 상황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않았던 엄마 덕분에 

나는 중학교 때부터 만성 위궤양을 앓았었고, 

지금은 만성 위궤양에서 해방되어 기쁘다! 



연극을 관두게 된 것도 행운이었다.

흑흑흑희희희를 하면서 그렇게 내 생각이 비토를 당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연극 만들기에 매진하면서, 생활인으로서 처참한 경제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며 살았을 텐데 말이다!



이밖에도 나의 운이라는 건 이루 말로 다 못 한다. 

그리고 이런 말도 분명히 써보고 싶다. 


사실 아무 운도 필요 없었다.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