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내 맥의 시리를 생각한다.
아이폰의 시리도 생각해본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도 생각해보았다.
얘네를 생각하면 나는 불안하다.
얘네는 나를 생각하며 불안해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방 안을 훑어도 본다.
나의 유순이가 잠깐 용인에 출타 중이다.
짐짓, 다소간, 외롭다.
그리고 다시 시리들과 알파고를 생각해본다.
겸사겸사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도 생각해본다.
얘네는 외로울까.
결국 나는 나를 생각하기에 이르른다.
나는 불안하고, 외롭다.
내가 아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불안하고, 외로울 걸?
나는 인간적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불안함과 외로움이 첨부돼 있다 주장하겠다.
불안함과 외로움을 모르는 건 인간적이지 않다.
기계는 불안함과 외로움을 모른다.
진정 인간적인 사람들은 불안함과 외로움을 어떻게든
더 생산적인 차원의 것으로 격상시켜보려 애써보는 사람들일 거야.
아님 말고.
아님 말고는 무슨 얼어죽을.
아니지 않아.
애써보는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든
자기 세계의 차원을 높이고, 자기가 포함된 이 세계의 차원도
더 나아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적 영웅은 그런 것이다.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면, 거기에 따르는 더 큰 불안함과 외로움마저
자기 몫으로 기꺼이 자처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우리 시대의 영웅이며,
나는 그런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다.
본문 내용과 전혀 관계도 없이, 그냥 며칠 전 찍었던 동대문 사진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