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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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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by 김봉민 2018. 11. 3.

나는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나는 지문 찍듯이 글을 쓸 거야. 내가 재밌는 사람이라면, 

내가 만든 이야기도 그래서 재밌을 거고, 

내가 역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그것도 내가 역사적인 사람이라 그런 거야.

내 이야기가 후지다면, 

그것도 나란 인간이 그저 후지기만 해서 그런 거고. 


이런 마음으로 밀어부치면서 살자고, 

자살하고 싶어지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나 같은 놈에 대한 예의를 운운하며, 

그러니까 그놈이 봤을 때 심장 터질 듯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궁리하며 

버텼어. 내가 죽을 때까지 나와 무관할 수 없는 

가족들의 그 폭력적 언사가 나를 괴물로 탈바꿈 시킬 때면, 

내가 본 책과 영화에서 주워들은 사랑을 상상하고, 

이러니까 나도 내가 봤던 책과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답해야 한다고 이를 앙 물면서 

세상을 바라보면 굳이 지옥을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에겐 이미 여기가 지옥이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누가 나를 배신했는가. 바로 나.

나는 왜 탕아처럼 떠도는가. 

아무도 내게 글 쓰라 요청하지 않음에도 

나는 왜 내가 글 써야 한다고 믿고 있는가. 

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왜 나를 증명하려 하는가.

아무것도 정리 되지 않는 현실인데, 

나는 그때보다 훨씬 더 늬들이 싫어졌어. 

싹 다 치워버리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점점 더 개판이 될 것이다. 

다시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이게 정신병이라면, 이런 정신병은 

기꺼이 앓아야 한다. 

써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할수록 반쯤 취해 있던 

정신이 멀끔해지고, 써야 한다.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위해 살 것이며, 누구에게 총을 쏠 것인지,

써야 한다. 이런 마음이 나를  다시 10년 전으로 데리고 가준다. 

위대한 걸 해야 한다. 예술가 정신을 상실한 주제에 

예술 운운하는 것들을 실직자로 만들어줘야 한다.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