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나는 지문 찍듯이 글을 쓸 거야. 내가 재밌는 사람이라면,
내가 만든 이야기도 그래서 재밌을 거고,
내가 역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그것도 내가 역사적인 사람이라 그런 거야.
내 이야기가 후지다면,
그것도 나란 인간이 그저 후지기만 해서 그런 거고.
이런 마음으로 밀어부치면서 살자고,
자살하고 싶어지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나 같은 놈에 대한 예의를 운운하며,
그러니까 그놈이 봤을 때 심장 터질 듯한
이야기를 만들고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궁리하며
버텼어. 내가 죽을 때까지 나와 무관할 수 없는
가족들의 그 폭력적 언사가 나를 괴물로 탈바꿈 시킬 때면,
내가 본 책과 영화에서 주워들은 사랑을 상상하고,
이러니까 나도 내가 봤던 책과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답해야 한다고 이를 앙 물면서
세상을 바라보면 굳이 지옥을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에겐 이미 여기가 지옥이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누가 나를 배신했는가. 바로 나.
나는 왜 탕아처럼 떠도는가.
아무도 내게 글 쓰라 요청하지 않음에도
나는 왜 내가 글 써야 한다고 믿고 있는가.
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왜 나를 증명하려 하는가.
아무것도 정리 되지 않는 현실인데,
나는 그때보다 훨씬 더 늬들이 싫어졌어.
싹 다 치워버리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점점 더 개판이 될 것이다.
다시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이게 정신병이라면, 이런 정신병은
기꺼이 앓아야 한다.
써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할수록 반쯤 취해 있던
정신이 멀끔해지고, 써야 한다.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위해 살 것이며, 누구에게 총을 쏠 것인지,
써야 한다. 이런 마음이 나를 다시 10년 전으로 데리고 가준다.
위대한 걸 해야 한다. 예술가 정신을 상실한 주제에
예술 운운하는 것들을 실직자로 만들어줘야 한다.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