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기로 했다.
계약 기간을 7개월 가량 앞두고,
그냥 가버리기로 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방이 최소 2개는 있고, 거실도 있어야 한다.
골목에 있는 집은 싫다.
빛이 잘 들어오면 좋겠고, 교통도 편리하면 좋겠다.
서울에서 이런 집이
싸게 나올 리가 없다.
서울은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인데
사람이 살기엔 집들이 죄다 비싸다.
그러니 정확히는 그 값어치를 충분히 치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살기 좋은 도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겠지.
내 내부의 욕심과 외부의 현실적 조건 사이엔,
거대한 우주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또 그 사이 어딘가에서 타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반쯤 누워있는 이 침대는 버리도록 하자.
2015년 가을. 내가 처음으로 이사를 해버리며 구입한 침대인데,
얘도 짬밥이 3년이 넘었다. 그때 너무 싸구려를 사서 그런지
이젠 바꿀 필요를 많이 느낀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유순이를 끌어안고 약속했다.
물론, 유순이가 알아들었을 리는없다만, 그래도 나는
분명히 말했다.
열심히 살게,
라고 나는 떠들었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는 게 더 중요하지만,
일단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나로서는 ㅋㅋ
열심히라도 살아볼 일인 것 같아.
그다음에 잘 살게, 어쩌고 저쩌고를 읊어댈 자격이 생기겠지.
그러니까 열심히 이사 대비를 하자. 침대는 좋은 걸로 바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