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따금 동물원 우리에 갇힌 침팬지처럼
무기력하게 있는 건 내가 아무리 내 아버지를 욕해봤자,
나는 내 아버지의 정액에서 비롯됐기 때문이야
형은 잠을 자다 갑자기 미쳐서 투신을 했고,
척추에 400만원짜리 인공뼈를 넣었다
아버지가 세대주로 낸 집이 2층이 아니라 3층이나
4층이었으면 형은 머리부터 떨어졌을 것이고,
그러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상상을 하고 있는 내가 싫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기도한 적이 없었고,
대신 내가 가져다 주는 돈은 사랑했다
나도 언제부턴가 어머니를 기도한 적이 없고,
어머니가 주는 돈을 사랑했다
그 어떤 갱스터도 무섭지 않은 것처럼 굴었지만,
주인집 할망구가 자기 집을 체크하러
제멋대로 내가 자고 있는 집, 그러나 결국 그 할망구의 집,
그 문을 따고 들어왔을 때 솔직히 좀 무서웠다
내가 그 할망구를 향해 어쨌든 웃어야 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내 것이라곤 옷 몇 벌과 노트북과 썩은 웃음 정도가 다였다
거리를 걸으면 저 빌딩들, 아파트들, 차들
저마다 소유한 사람이 한 명씩 있다는 거였는데
나는 지척에 애정이나 갈구하면서 허튼 연극의 포스터에
내 이름 석자 올린 것에 제작자와 그 일당들에게 감사함을 밝히곤 했다
여기는 사하라도 아마존도 사바나도 시베리아도 아니지만,
어쩌면 그곳들보다 못한 곳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차라리 그곳 중 아무데나 혼자 들어가
가만히 있고 싶은 적이 있었다
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는 것뿐이지,
부정적 사고에 함몰되어 있는 건 아니다
날이 더워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니 시원하다
빨리 마흔살이 되면 좋겠다
-<푸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