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을 내쫓고,
비밀의 번호를 바꾼다.
나조차 잊을 수 있는 암호. 문을 잠근다.
청소하는 마음은 늘 쓸쓸하도록 쾌청하다.
밀렸던 설거지와 빨래를 한다.
세제가 없다. 그래도 한다.
내가 초대한 건지, 그게 맞다면 손님은
손님이 맞을 것이고,
그들이 들이닥친 건지, 그렇다면 그건
손님이 아니라 깡패일 텐데,
판단은 최후에 하기로 한다.
그리고 커튼을 제낀다.
햇살은 쏟아지지 않을 때
더 간절하고, 방에 남은 너와 나.
서로의 눈곱을 떼어준다.
합동하여 창문도 열어본다.
미세먼지는 치우면 되지, 뭐.
바깥에선 보지 못 했던 세상을
방 안에서 바라본다.
깡패가 아니라, 그저 이 미세먼지같은 거였구나.
우리는 언젠가 그렇게 적도록 하자.
몇 그람 안 되는 눈곱에 눈 멀어
세상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