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계통에서 금과옥조로 통하는
말을 하나 거론하자.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흘러 실연의 아픔이 사라지는 거라는
주장인데, 틀렸다고 본다.
시간은 냉정하다. 체온 같은 게 없다.
그냥 흐르는 거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흘러 원래의 크기가
드러난 것 뿐이라고 본다.
그러니 내 얘기는 애정의 본래 (빈약한) 크기가 딱 그만큼이었음이
시간을 통해 증명된 것이지, 시간이 치료를 해준 게 아니란 거다.
과대 해석하여 오판하고 있던
사랑의 크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의 것이었던 건지
비로소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다.
아님 말고.
그러나, 아님 말고, 라는 식으로는
뭐 하나 제대로 쓸 수는 없겠으니, 좀 더 덧붙이자면,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시간의 흐름 측면에서.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사람이 성장할 거라
기대하는 건 미친 짓이다.
정반대의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간은 사람도 원래 상태로 몰고 간다.
내가 말하는 사람의 '원래 상태'란,
물리적으로 0그람에 수렴하는 상태다.
(그리고 '원래의 상태'란 '본질'과 유사한데, 본질 그 자체는 아닌 것 같다. 이건 정말 어렵다)
응. 사람은 죽는다. 시간이 가면, 사람은 죽는다.
죽어서 0그람이 된다. 태어나기 이전에 원래 0그람이었던
딱 그 상태로 간다. 아닌 케이스는 지구 역사상 1명도 없었다.
그러니 잘게 잘라서 본다면,
사람도 몇 년 단위로 성장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몹시도 크나큰 자기 혁신에 대한 물적, 정신적 에너지를
쏟았을 때에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엔 밑줄을 그어놔야지.
시간이 흘렀으니 저절로 뭔가 나아질 거라 기대하는 건 (거듭 말하지만)
미친 소리다.
보자. 안 그래도 인간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아주 진덜머리를 치지 않는가.
수능 준비하는 애들도, 취업을 앞둔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인들도 그러하며, 사업가들도, 주식하는 사람들도, 금융하는 사람들도,
정치 지도자들도, 그러하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아무 근거 없이
무뇌아적으로 미래를 낙관하는 건, 세 번째 말하지만,
미친 소리란 말이다.
그러니 지금보다 너 나은 자신의 미래를 원한다면,
자신 안에 이미 버젓이 있는 그 간절함(사실은 불안함)을
자기가 원하는 미래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연료로 활용하기로 결심하고,
자기 바깥의 선진화 된 것을 자기 안으로 수입하여 자기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걸 '자강'이라 하자. 자강한 후 몇 번, 혹은 누차,
뺑이를 쉬지 않고 까고, 뺑이를 까게 되는 이유를 고민하여
좀 더 나은 방식을 모색하면, 어쩌다가 자기가 가야 할 방향이
어느 방향인지 구체적으로 배울 수도 있다. 그건 '자립'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닌 것 같고, 뺑이는 부단히 까야 하는 것 같다.
실패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란 말이다.
그러나 그 실패를 온몸으로 받아드리고 부단히 실패라도 하여
그 누구도 아닌 자기의 시간을 사는 사람은 '자유롭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틀릴 리 없다.
자, 그럼 짤막하게나마 결론을 내리자.
세계와 인간은 시간이 흘러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시간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대개의 것을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는다.
시간은 약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시간은 그저 진실, 혹은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우주와 이 우주 안의 그 모든 것은 언젠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 나의 진실이 나의 미래에 규명될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의 진실과 진가를 보여줄 수도 있겠다.
그러면 0그람이 되어가는 게 마냥 두려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럴 수 있다면, 그걸 하자. 내 인생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고,
이 시간은 딱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