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 캔들 라지자 미드나잇 자스민향을 샀다. 저거 살까 말까를 한 10개월은 고민했다.
-캔들워머도 샀는데, 전구는 없다. 전구까지 주는 건 아니었다.
-10개월을 고민하면 결국엔 하게 되더라. 끝까지 고민만 하고 참게 되는 건 없더라고, 적어도 나는.
-그리고 워머라면 응당 전구가 들어가야 워머 역할을 할 텐데, 전구는 안 주는 식으로 어떤 빌어먹을 세상의 일부는 돌아간다
-창밖, 먼 곳에 있는 나무들이 흔들리는 게 여기서도 보인다, 아주 자세히 보면 만취한 사람이 눈을 감고 몸을 흔드는 것과 유사한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부나보다
-사람이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온전히 사유하기란 쉽지가 않다
-세상은 내가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온전히 사유하는 걸 쉬이 용납해주지 않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1분 이상 느긋하게 바라보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저 나무들은 계속 춤을춘다
-여유가 생기면, 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여유는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스민향이 애매하다. 향을 맡고 살 수 있었으면 내가 저걸 샀을까
-잘 모르고도 그냥 사버리기도 하고, 알면서도 안 산다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누구를 탓할까. 나는 화가 나 있다
저 나무처럼 가만히 있고 싶은데, 그건 내가 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불이 붙은 것처럼 화가 나한테 달라붙으면 전신이 화상이 된다
부당하고 부당하고 부당했고
불공평하고 불공평하고 불공평했다
악의라곤 터럭 만큼도 품지 않고 청소년이 되었는데,
성년이 되었을 때 알게 된 건 악의가 없어도 가끔은
악마적 상상을 하게 된다는 거였다
-배가 고픈데 밥을 먹고 싶지는 않다. 밥 먹은 후의 그 더부룩함이 싫다
-딱 빵 한조각만 먹고 싶다
-밖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
-악마적 상상은 위악으로 연결된다
위악을 떨치고 난 후에는
원 없이 자괴감이 든다
-스스로를 오해하지 않고, 편하게 스스로 두려는 전략
-저 바람은 저 바람이 저기 있다는 걸 보려는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샤워라도 해야 되겠다. 온수 말고 냉수로 해야지
-심오한 말 같은 걸 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만, 내가 자연스레 하는 말 중 뭔가가 심오하다면, 구태여 그걸 피하지도 않는다
-냉수 마찰 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