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스트레칭>
가급적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고, 그 음악을 들으며 최대한 자유롭게, 거의 방종에 가깝게,
짧은 문장의 글을 쓰며 표현력을 기르는 글쓰기 연습법
*주의: 잘 쓰려고 하면 안 됨. 이건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그리고 장난이니까,
또한 세상을 살며 그냥 못해도 되는 거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는 거니까.
-아주 오래된 노래를 들으면 몸똥아리가 여기서 거기로 워프 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왕왕 있어
-이 노래는 나를 군발이로 만드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한 마음의 기저엔 이미 제대로 살고 싶다는 포부가 깔려있지
-며칠 전 쓰다 만 것을 남겨본다
몇 번이나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조금이라도 잘 남겨 놓고 싶다는 아우성을 잠재우고,
이번에도 그냥 못 써도 상관 없다는 용기로,
사실은 처참한 마음으로, 대신 이번만은 솔직도 정직도 아니라,
그저 발칙하더라도, 작금의 나를 내가 부술 수 있는 만큼,
혹은 부서지는 만큼은 에누리 없이 홀라당,
나 자신을 부서트리는 글을 써보자고 소망한다.
망치를 든 심정이다. 일단 내 정수리에 정을 댄다.
내려치기 시작한 후엔 사정 없이 연속 동작을
버무릴 거다. 내 손이 허벌날 수도 있고,
너무도 심각한 가격으로 다시는 원래의 모습으로
못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남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크게 내 삶에 독이 될 것 같다는 공포를 느끼는 판국이다.
써보자.
나는 선생질 하기 싫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내 자신이 역겹단 말이다.
선생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매번 수치스럽게 다가온다.
게다가 내 삶의 행로를 감안했을 때,
나와 가장 무관한 사교육 시장에서, 선생질을 하고 있으니 고역이다.
그게 그냥 영어나 수학, 중국어 같은, 일반적인 거면 또 모르겠으나,
나는 내가 가장 높게 치는, 내가 아는 행위 중 가장
성스런 '글쓰기'를, 입시나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라는 동서고금의 호신술을 펼쳐보지만,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서, 나는 내 인생에 덫을 설치해버렸다.
내 일상은 매일이 글쓰기 첨삭으로 점철되었다.
며칠만이라도 제대로 이걸 하지 않으면 나는 다음달엔
극심한 경제적 불안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
상황이 이러 하니, 스트레스는 심하고, 다시금
먹고 살아야 하니까,
를 울부짖으며, 그렇게 번 돈을 정말이지 쉽게 써서 없앤다.
초적극적 소비를 통해 자존감이 회복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소비하는 행위가 내 일상의 원주에서 사라지면,
마치 나라는 인간도 저 바깥 어딘가로 날아갈 것처럼,
돈 좀 있는 사람 흉내나 내고 있다.
나는 나에게 엿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눈 뜨면 첨삭. 자기 전엔 또 내일 첨삭 걱정.
주말엔 그 걱정들이 야기한 스트레스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그 뜻은 번번이 실패한다.
머리가 아프다.
나는 게으른 인간이다.
잠도 많은 사람이다.
띵가띵가 노는 것에서 삶의 의의를 찾고픈 사람이다.
그러다 한 번씩 글 쓰면서 삶의 위업을 쌓고픈 인간이다.
그런데 글은 안 쓰고 매일, 개똥에 해당하는 글들을 보면서,
글 참 개똥 같다는 직언은 매순간 참고,
뭐라도 도움될 말들을 쥐어 짠 후, 구태의연히 그걸 적으며
오늘 내가 얼마 버는 거지, 같은 계산을 하며 자위를 하고 있다.
이 짓이 어느덧 4년차에 접어들었다.
사치가 장기화되면 사치는 사치가 아니라,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나에겐 그저 내가 잘 수 있는
창문 있는 방, 하루 2끼 식사,
글 쓸 수 있는 노트북 하나면 족한데,
내가 장기적으로 내게 계속 엿을 자진해서 먹이고,
사치적 일상에 희희낙락하는 병신적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상황이 더 극심해진 이유는
회사를 만든 게 아주 큰 몫을 하고 있다.
내가 회사를 만든 건, 선생질을 그만두고,
창작활동에 매진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창작을 하고 싶다.
선생질이 아니라 창작을 하고 싶다.
그러나 회사를 만들었으면
선생질도 창작도 아니라
일단 경영이 먼저라는 것을 간과했다.
주먹구구식 경영 전략은,
'전략'이라는 단어가 아까울 정도였고,
잘못된 선택과 결정의 반복은 재정 위기로 이어졌고,
다음 달 회사의 고정급 마련이 내게 최우선 사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회사를 만든 건 잘못이 아니었어도,
회사가 이 상황이 되도록 만든 건, 두말할 것도 없이 나의 오판이 컸다.
결국 그 굴욕 같은 선생질을,
회사를 만들기 전보다 몇 배로 더해서 번 돈의 상당부분은
회사 고정급에 지출되어야 할 것을 뻔히 알면서,
선생질을 하고 있는 상황에 봉착했다.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생각하면
암담하다.
-나는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싫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몇 푼의 돈과 맥주, 그리고 대화, 다툼을 완화시켜줄 인내와 사랑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이미 알고 있으면 재미는 없겠지만 안전함은 느끼겠지
-거센 파도가 전해주는 유일한 메세지는 그냥 될 대로 되란 식이 아니라, 서핑이라도 하라는 거였으면 한다. 비록 수영을 못 하더라도.
-흔들리는 불안을 자초하는 데 동의하라
-나는 내 삶의 주인이다. 나는 주인이다. 비록 엉망진창일 때가 있더라도 내 삶은 내가 경영한다
-하고 싶은 것의 대개는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인데, 그걸 해내기까지 투여되는 시간마저 절약하고 싶어하는 것은, 실은 그걸 정말로 하고 싶은 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군대에서 나는 내 이름이 아니라 군번에 적힌 숫자가 더 정확하게 나를 표현해주었다
-두들겨 맞더라도 어떻게든 부여잡고 있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불교에서는 그걸 두고 집착이라고 한다. 집착을 끊으라고 한다. 나는 사도도 아니고 수도승도 아니고, 한낱 짐승 같은 중생이다.
-열반할 수도 있겠으나, 열반을 할 기회가 있더라도 기여코 무시해버리자
-착한 짐승이 아니라 그저 내 삶의 주인인 짐승으로서 두 눈을 부라리고 짖을 수 있는 만큼은 짖어보자
-세상에 균열을 내고 싶다
-초고화질로 세상을 노려보는 선명한 자세
-그 숱한 맹세와 다짐을 버리고 버리고 버리면, 그래도 남는 그 한 가지에 목숨을 걸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 그 소망을 비는 것조차 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무처럼이 아니라, 돌처럼도 아니라 맹수처럼은 끝내 아니라, 가장 인간답게 살고 싶다
-웃기게 쓰고 싶지만 웃기게 쓸 수 없을 땐 힘을 쥐어 짜서 어떻게든 웃기게 쓰려 하지 말자.
-언젠가는 웃기게 쓸 수 있을 거다
-글이 질서정연해 질 때, 인간은 비로소 실패를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의 실패인 것이지, 내 꿈의 실패는 아니다
-꿈은 패배하지 않는다
-작가는 총이다. 작가에게 박히는 그 모든 총알은 사격의 표적이 되어서 박힌 게 아니라, 총이기에 마땅히 치러야 할 장전의 과정으로서 박힌 것이다. 나는 내 안에 박힌 총알을 발사시키고 만다. 구태의연한 세상에 균열을 내겠다
-인간들 중 그 누구도 이등병은 없다. 저마다 사령관이다.
-글이 두서 없을 땐, 그마저도 용인하고, 기다리자. 수정의 기간이 필요하다
-너와 나에겐 혁명적 미래가 있을 것이다
-혁명은 지각변동을 유발하는 대폭발이 아니라 잘 조절해서 오랜 시간 꾸준히 타오르는 불길이다
이 그림의 화가는, 죄송합니다. 이름을 까먹었습니다...
유이치 와타나베 <Brave Your Heart> - 김봉민의 작가는 뇌스트레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