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링크를 읽고 이 포스팅을 읽기 바란다.
그래야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5강. 방송사 작문 전형, 작문도 디자인이다!
일단 아래의 작문을 읽자.
‘호시 신이치’라는 일본 국민작가의 글이다.
<악을 저주하자> “도둑이야!” 해질녘의 도로에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자신의 가게로 향하던 바의 마담이 핸드백을 빼앗기고 지른 비명이었다. “저리로 도망갔어.” “아냐, 이쪽이야.” 모여든 구경꾼들은 미인이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인지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뛰어깠다. 뛰어갈 기회를 잃은 이들은 112에 전화를 걸었고 곧 경찰들이 도착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경찰차에서 내린 경관이 말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핸드백을 낚아채 갔어요. 찾아주실 수 없으세요? 부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긴 놈이었습니까?” “글쎄요, 젊은 남자 같았는데....” 그녀의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젊지는 않았어요. 저쪽으로 도망갔어요.” “내가 보기에는 젊었어요. 이쪽으로 도망갔어요.” 모두들 요령부득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이래서는 수사를 할 수가 없어요. 뭔가 범인이 남기고 간 물건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실망한 마담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두 손을 쳐다보았다. ‘백을 좀더 단단히 쥐고 있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환희에 찬 소리를 질렀다. “있어요!” “뭡니까?” “범인이 이걸 남기고 갔어요. 보세요.” 그녀의 손가락에는 두서널 올의 머리카락이 있었다. “놀라서 팔을 뻗은 순간 그 사람 머리에 손이 닿은 것 같았는데, 이렇게 머리카락이 남아 있네요.” “머리카락입니까?” 경찰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있으면 곧 범인을 알 수 있잖아요. 어떤 추리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그럼 어서 범인을 찾아주세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경찰은 머리카락을 받아 종이에 사기는 했지만 미덥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때, 구경꾼들 중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가 튀어 나왔다. “제가 돕겠습니다. 그 정도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넌 뭐냐? 수사에 협력하겠다는 마음은 고맙지만 머리카락만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이걸 사용하면 됩니다.” 그가 보자기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어이, 장난치나? 볏짚 인형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 “그렇게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의심스러우시면 경관님의 머리카락을 한 올 줘 보십시오.” 경찰은 쓴 웃음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뽑아 그에게 건넸다. 남자는 그 머리카락을 인형 안에 넣고 주머니에서 바늘을 꺼내 인형의 왼쪽 다리를 찌르기 시작했다. “아파!” 소리를 지르며 경찰이 뛰어 오르자 구경꾼들의 목소리는 모두 감탄으로 변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마담의 눈이 반짝였다. “어서 그 머리카락을 그에게 주세요.” 이렇게 되자 경찰도 머리카락을 건네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있어. 하지만 먼저 내 머리카락을 돌려 줘.” 드디어 범인의 머리카락이 인형 속으로 들어갔다. “아주 아프게 해주세요.” 마담의 눈에는 여성 특유의 잔인함이 가득했다. 바늘은 팔, 배 할 것 없이 사정없이 찔러댔다. 경찰은 이것을 보고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심문하도록 연락을 취했다. “가슴이랑 머리도 찌르세요.” “맞다, 눈도 찌르세요.” “더 찔러! 더 찔러!” 정의를 사랑하는 구경꾸들도 모두 합세하여, 그 주위에는 악을 저주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무렵 범인은 막 집에 도착한 참이었다. “휴, 위험할 뻔 했어.”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발을 벗고 대머리에 맺혀 있는 땀을 닦았다. -끝- |
솔직히 일본의 국민작가가 쓴 글치고는 별로다.
나쁘다고도 할 수는 없을 테지만, 이걸 두고 찬양할 생각은 일절도 없다.
그런데 이 글을 왜 보자고 했을까?
문단 띄어쓰기
때문이다. 뭐야, 그게! 라고 성낼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읽어야 제 맛이다.
일단 다시, 위의 호시 신이치 선생이 쓴 <악을 저주하자>를 보도록 하자.
내용도 내용이지만,
읽기가 불편하다.
왜냐? 문단 띄어쓰기가 안 되어 있기 때문.
책에는 저렇게 안 되어 있지만, 내가 임의로 저렇게 편집했다. 일부러 자간도 줄였다.
읽기 불편한 글은, 말 그대로 읽기가 싫어진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글이라도, 읽기가 싫어지면 중간에 그만 읽게 된다.
장담한다. 10명 중에 1명은 위의 글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을 거다.
문단 띄어쓰기가 안 되어 있는 글은 읽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지 말자.
여러분의 작문을 누가 읽는가? 돈을 지불하고, 여러분의 작문을 읽겠다고 자처한 독자인가?
아니다. 갑이 읽는다. 명백한 ‘갑님’들께서 읽는다. 갑인 그들이 슬프지만을,
혹은 병이나 정에 불과한 여러분의 글을
왜 공들여서 읽어야 하는가?
여러분의 갑님들은 하루에 심하면 거의 400개의 작문을 읽는 수가 생긴다.
대략 A4 기준으로 550페이지 정도를 읽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른바 문학역사상 3대 본좌라 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헤밍웨이의 작품도
하루에 몰아서 그렇게 읽는 게 쉽지 않다.
위대한 작가의 글도 그렇게 안 읽는데, 어쩔 수 없이 '일'이라,
여러분의 글을 읽는 상황이 유쾌할 순 없다.
즉, 여러분의 갑님들은 노가다에 해당하는 글 읽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읽다가 불편함을 끼친다면 그대로 감점 요인이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중간에 읽다가 만다. 그건 탈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대한 읽기 쉽게 써야 합니다.
중간에 읽다가 읽기 불편해서 본인의 인생이 걸린 작문을
갑님께서 짜증과 함께 제껴버리는 고난을 당하기 싫다면 말이다.
그러니 위의 <악을 저주하자>도 이렇게 바꿔야 마땅하겠다.
<악을 저주하자>
“도둑이야!”
해질녘의 도로에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자신의 가게로 향하던 바의 마담이 핸드백을 빼앗기고 지른 비명이었다.
“저리로 도망갔어.”
“아냐, 이쪽이야.”
모여든 구경꾼들은 미인이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인지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뛰어깠다. 뛰어갈 기회를 잃은 이들은 112에 전화를 걸었고 곧 경찰들이 도착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경찰차에서 내린 경관이 말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핸드백을 낚아채 갔어요. 찾아주실 수 없으세요? 부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긴 놈이었습니까?”
“글쎄요, 젊은 남자 같았는데....”
그녀의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젊지는 않았어요. 저쪽으로 도망갔어요.”
“내가 보기에는 젊었어요. 이쪽으로 도망갔어요.”
모두들 요령부득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이래서는 수사를 할 수가 없어요. 뭔가 범인이 남기고 간 물건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실망한 마담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두 손을 쳐다보았다. ‘백을 좀더 단단히 쥐고 있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환희에 찬 소리를 질렀다.
“있어요!”
“뭡니까?”
“범인이 이걸 남기고 갔어요. 보세요.”
그녀의 손가락에는 두서널 올의 머리카락이 있었다.
“놀라서 팔을 뻗은 순간 그 사람 머리에 손이 닿은 것 같았는데, 이렇게 머리카락이 남아 있네요.”
“머리카락입니까?”
경찰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있으면 곧 범인을 알 수 있잖아요. 어떤 추리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그럼 어서 범인을 찾아주세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경찰은 머리카락을 받아 종이에 싸기는 했지만 미덥지 않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때, 구경꾼들 중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가 튀어 나왔다.
“제가 돕겠습니다. 그 정도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넌 뭐냐? 수사에 협력하겠다는 마음은 고맙지만 머리카락만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이걸 사용하면 됩니다.”
그가 보자기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어이, 장난치나? 볏짚 인형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
“그렇게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의심스러우시면 경관님의 머리카락을 한 올 줘 보십시오.”
경찰은 쓴 웃음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뽑아 그에게 건넸다. 남자는 그 머리카락을 인형 안에 넣고 주머니에서 바늘을 꺼내 인형의 왼쪽 다리를 찌르기 시작했다.
“아파!”
소리를 지르며 경찰이 뛰어 오르자 구경꾼들의 목소리는 모두 감탄으로 변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마담의 눈이 반짝였다.
“어서 그 머리카락을 그에게 주세요.”
이렇게 되자 경찰도 머리카락을 건네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있어. 하지만 먼저 내 머리카락을 돌려 줘.”
드디어 범인의 머리카락이 인형 속으로 들어갔다.
“아주 아프게 해주세요.”
마담의 눈에는 여성 특유의 잔인함이 가득했다. 바늘은 팔, 배 할 것 없이 사정없이 찔러댔다. 경찰은 이것을 보고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심문하도록 연락을 취했다.
“가슴이랑 머리도 찌르세요.”
“맞다, 눈도 찌르세요.”
“더 찔러! 더 찔러!”
정의를 사랑하는 구경꾸들도 모두 합세하여, 그 주위에는 악을 저주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무렵 범인은 막 집에 도착한 참이었다.
“휴, 위험할 뻔 했어.”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발을 벗고 대머리에 맺혀 있는 땀을 닦았다.
-끝- |
이 글의 구조를 <서 - 본1 - 본2 - 본3 - 결>로 나눈 후
각 소개요에 해당하는 문단이 끝날 때마다 엔터를 두 번씩 쳤다.
실제 손글씨로 쓸 때도 문단과 문단을 꽤 떨어트리는 게 좋다.
이렇게 하니, 문단 간 간격이 넓어지고 읽을 때 불편함이 사라진다.
읽기 전에도 이 문단 띄어쓰기 신공의 효과는 유효하다.
가정을 해보자. 갑님께서 채점을 위해 페이퍼를 받았을 땐 어떨 것 같은가?
따닥따닥 행간이 붙어있는 글은 읽기도 전에 그냥 읽기 싫다.
어쩌면 읽기도 전에 그냥 제낄 수도 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작문도 디자인이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천재적인 아이디어도 제대로 된 전달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가 없다.
또한, 작문도 디자인이라는 걸 염두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작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나름의 잔기술도 보이게 된다.
1. 글씨가 예뻐야 한다.
: 개발새발로 쓰인 글을 누가 읽고 싶은가?
심각한 악필이라면, 작문은 둘째고, 일단 악필부터 교정해야 한다.
학원은 너무 비싸니까 서점으로 가서 악필 교정 교재를 사자.
아무리 글의 내용이 좋아도, 악필의 글은 정말이지 읽다가 그만 읽고 싶다는
충동을 자아낸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슬프지만 정확한 현실을 인정하자.
2. 쓰다가 고친 공사 중 흔적도 줄여라.
: 읽기 전 공사중 흔적이 많은 게 보이면 진짜 읽기 싫다.
그냥 생각 없이 대충 써버린 글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갑님께선 그런 작문은 애초에 제껴내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3. 힘을 주고 싶은 문장, 단어가 있다면 칸 띄어쓰기 신공을 활용하자.
: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 본문에도 수두룩하게 내가 써먹었다. 바로 위에서 찾아보자.
찾았는가? 그렇다. '작문도 디자인이다'라는 문장을 강조하고 싶어서
저렇게 칸을 띄었다. 저렇게 하면, 당연히 저 문장에 강조가 된다.
일부러 글씨도 크게 했다. 볼드처리도 했다.
이렇게 하면 이른바 ‘하이라이트 효과’가 생긴다.
여러분의 작문 중에서도 '주제'에 해당하는 문장은
저런 테크닉을 써먹을 법 하다.
혹은 '웃긴 문장'이거나, '중요한 정보의 제공'에도 가능하다.
강조해서 갑님에게 어필해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면,
써먹자. 남들보다 하나라도 나아야 통과가 된다.
단, 너무 남발하면, 글이 지저분해지는 걸 명심하자.
A4 1장 반 기준, 3번 이상은 시도하지 않는 걸 기준으로 삼자.
강조의 남발은, 강조의 확장이 아니라, 아무것도 강조가 되지 않는
평범함으로의 회귀가 되어버린다. 3번 이상은 하지 말자.
결론) 1. 글도 보기 좋게 써야 한다.
2. 디자인적 요소를 작문에 적절히 도입하라.
다음엔 개요짜기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5강. 방송사 작문 전형, 작문도 디자인이다! - PD 공채 언론고시 합격 작문, 자소서, 기획안 / SBS 작문 합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