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팠던 말,
가래의 침처럼 도로 삼키고,
그러나 이것은 내 것인데도 안에 두자니 찝찝하고,
눈 앞이나 그 옆 프레임으로 네가 아주 가끔
스쳐지나가면 늘 나와 같이 생활한 기분이었는데
오늘 처음 본 것처럼 서툰 연기를 하면서
김수영처럼 침을 뱉자,
하얀 눈 위에다가 침을 뱉자며 이렇게
카악, 하지도 못하고
비겁한 형식으로 남 몰래
여기에 이렇게 찔끔찔끔 쏟아내보네.
너와 헤어지고 지난 10년,
나는 몸무게가 15키로 늘었고,
키도 2센치가 더 자랐다.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지켜버렸다.
그 외의 것에선 거의 다 패배했다.
하물며 너를 사랑한다 선언한 후 있었던 그 모든 게
희생이나 열병이나 고군분투가 아니란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얼마나 무수히 잊은 것처럼 행세했는지
모르고, 그때마다 빗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저절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빗물일 텐데
나는 굳이 삼킨다거나 피한다거나 하지 않고,
고질병처럼 감기와 우울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그때 너를 업고 오르던 너의 집 앞 언덕이
떠오르면 나의 몸무게에 문제가 생긴 기분이 들고,
지면에서 가장 가까운 난장이가 되어
너의 두 발을 찾을 수 없는 지면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순간에 침을 찌질하게 뱉으면서
정답지 않은 그때의 나와 불량하게 악수하고,
다음에 또 보자면서 헤어진다.
나를 다양하게 만들어준 너의 사각에서 나는 살아가고,
외발 꼬맹이 같은 조악한 희망도, 늙은이 같은 절망도 없이
나는 평범한 난쟁이처럼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며
시원해진 입을 벌린다.
<시네마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