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두괄식으로! tvN 예능 공채 PD 최종 합격자 논술

PD 언론고시 필기를 대비하기 위해 내게 온라인으로 교육받는 수강생들에게 나는 논술도 쓰게 하고 있다. 실제 논술이 필기 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인 건 전체 이유의 5할이다. 나머지 5할의 이유는

면접 대비용이다

언시생들은 면접 대비를 그냥 면접관 앞에서 말하는 법, 즉 스피치 기술을 익히는 것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스피치의 킹인 김창옥이더라도 PD 공채의 면접관이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생존하는 방안에 대한 본인의 주관적 생각이 뭐죠?

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할 확률은 극히 적다. 뭘 알아야 말을 하든가 말든가가 있는 거다. 완벽한 무지의 상태라면 어버버버 거리다가 면접실에서 나오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피치의 소스가 되는, 콘텐츠와 미디어 관련 인사이트를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논술도 계속 써야 한다.

아는 걸 쓰라는 게 아니다. 모르니까 쓰라는 거다.

글을 쓰려면 저절로 자료 조사를 하게 되고, 그걸 조리있게 전달하기 위해 머리를 쓰면서 자기 인사이트로 정착되는 거니까.

아래는 tvN에 최종 합격한, 나의 전 수강생이 썼던 논술이다. 이 정도로 쓸 수 있으면 공채 PD가 될 준비가 끝난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나는 판단한다.

연습 논제: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생존하는 방안에 대한 본인의 주관적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시오

방송사 시대에서 스튜디오 크리에이터 시대로

방송 중심에서 스튜디오 중심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전통적인 매스 플랫폼과 매스 콘텐츠 중심의 방송 체제는 이제 콘텐츠 중심의 스튜디오 체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tvN의 나영석 사단은 '에그이즈커밍(Egg is Coming)'이라는 독립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JTBC 역시 디지털 콘텐츠와 예능을 포함한 '스튜디오룰루랄라(SLL)'를 출범시키며 연내 35편의 콘텐츠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더 이상 스타 PD들의 콘텐츠가 방송 편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스타 PD들도 이제는 방송사의 후광 없이 기획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유튜버들이 기획한 콘텐츠, 예를 들어 <머니게임>처럼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있다면 OTT 플랫폼에서도 스타 PD 못지않은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방송사의 강력한 IP와 스핀오프 전략

물론, 전통적인 방송 채널은 여전히 강력한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쌓아온 인기 프로그램의 IP는 OTT 시대에도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2021년 웨이브 예능 시청 순위 1위는 '런닝맨', 2위는 '나 혼자 산다'로, 여전히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티빙 역시 <대탈출>과 <신서유기>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스프링캠프>를 통해 OTT 가입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이처럼 방송사는 기존에 확보한 IP를 적극 활용하여 스핀오프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OTT와 연계하여 시청층을 넓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OTT와 협업하여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승연애', '여고추리반' 같은 작품들은 OTT에서 큰 성과를 내며 월간 방문자와 유료 가입자 증가에 기여했습니다.

채널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시청 패턴

하지만 이제 텔레비전 채널은 시청의 중심이 아닌 여러 경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시청자들은 레거시 미디어인 TV에 얽매이지 않고, OTT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택합니다. 다시 말해, 시청자는 이제 채널이 아닌 콘텐츠를 찾아다니며 소비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이 변화에 발맞추어, 콘텐츠 제작자는 시청자의 파편화된 관심사에 맞춰 명확한 타깃층을 설정하고,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팬덤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방송사의 스튜디오 전환과 브랜딩 전략

방송사 역시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튜디오 체제 전환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된 방송사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살린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OTT와 같은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딩 전략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MBC는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 <호적메이트>를 통해 관찰 예능에 강점을 보이고, 채널A는 <금쪽상담소>, <금쪽 같은 내 새끼>로 상담 예능의 강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명확한 브랜딩이 구축되면, 팬덤 시청자는 방송뿐만 아니라 OTT에서도 해당 콘텐츠를 찾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시너지 마케팅으로 이어집니다.

나아가, OTT 플랫폼의 자유로운 형식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의 확장과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시도해 기존 방송사의 IP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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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히 말하고 싶다. 논술을 쓰라고 하면 꼭 어디서 본 허접한 칼럼니스트들 흉내를 내면서 딱딱한 톤앤매너로 문장을 써내는 언시생들이 많은데, 나는 반대다.

아무리 논술이더라도 이건 PD의 글이다. 재미전문가의 글이다. 딱딱해서 좋을 게 없다. 최대한 말랑말랑한 문장으로 쓰는 걸 나는 추천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 말고도 이런 것도 꼭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예능피디 지망자가 꼭 써봤으면 하는 테마

1) 예능이란 무엇인가

2) 재미란 무엇인가

3) 웃음이란 무엇인가

4)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5) 기획이란 무엇인가

6) 영상이란 무엇인가

7)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여, 역사상 최고의 콘텐츠를 하나 뽑는다면?

8)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각각 500자 남짓으로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해보자. 예능피디 지망한다는 자가, 언론사 공채 최종 합격하겠다는 사람이, 자기가 만들겠다는 예능이 뭔지도 제대로 쓸 수 없다면, 그건 이미 자기 자신이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거라는 반증이다. 나머지 것들도 마찬가지다. 예능피디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헤겔과 마르크스의 차이에 대해 말해보실래요?' 같은 걸 물어보지 않는다. 아주 기초적인 것들, 일테면 저 위에 내가 적어본 테마에 해당되는 것들을 물어본단 말이다. 이런 걸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으며 PD 언론고시 공채 필기 논술 대비는 물론, 면접 대비도 해야 한단 말이다.

드라마 피디들에겐 이런 걸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드라마 공채 PD 지망자가 꼭 써봤으면 하는 테마

1) 드라마틱하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2) CCTV에 찍힌 영상도 엄연히 영상인데, 왜 그건 드라마가 될 수 없을까?

3)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데, 그 현실의 근간엔 어떠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가 있는 걸까?

4) 플롯이란 무엇인가? 장르란 무엇인가?

5) 드라마PD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6) 클리셰덩어리인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드라마PD는 없을 텐데, 왜 이렇게나 많은 드라마들이 서로 비슷해져 가는 것일까?

7) 사람들이 그게 분명 허구인 걸 알고 보는 것임에도 왜 드라마를 볼 때 그 이야기의 '리얼리티'가 충족되지 않으면 비난하는 것일까?

8) 장르의 클리셰를 극복한 드라마 한 작품을 소개한다면?

집에서 드러누워 유튜브와 OTT 본다고 그게 언론고시 준비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으면 안 된다. 그건 일반 시청자들도 하는 일이다. 공채 PD라는 콘텐츠 전문가기 되기 위해선 영상 기획 제작 실무 경험을 쌓으며 기술을 익히는 건 기본이고 그것과 관련된 이론과 인사이트를 자기 식대로 가꿔나가는 게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자보다 더 밀도 높은 답변으로 면접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