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작문은 현재 KBS에서 일하는 PD가
왕년에 내게 수업을 받으며 썼던 특수서식형 작문이다.
대략 6년 전에 쓰여진 작문이라 이명박의 BBK 비리를 핵심 소재로
잡았기에 당대의 사회상에 대해 잘 모르는 언시생이라면
아래 내용이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포스팅을 보는 당신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재보다는 포맷이다. 아래 작문의 포맷은 상당히 흥미롭다.
위에서도 말했듯 내가 '특수서식형'이라 부르는 이러한 작문들은
포맷에서부터 이미 포인트를 따고 들어간다. 훅이 있으니까.
특수서식형과 훅에 대한 내용은 아래 내가 공유하는
PD 언론고시 필기 교본에 더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궁금하다면
정독해보길.
PD 언론고시 교본.pdf
Dropbox를 통해 공유함
www.dropbox.com
제시어 : 거절 못할 제안
제목 : 당신에게 거절 못할 제안을 하나 하지요.
보낸이 : 이띵박<ddingpark18@naber.com>
받는이 : 김솔로<solokim29@daom.net>
김솔로님 안녕하세요.
당신은 한신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29년째 모태솔로 마법사 상위 6% (표본오차 6시그마)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곧 우리 “BBK 연애 컨설팅 펌”의 VIP 고객이 될 자격을 갖추셨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30년째 생일도 솔로로써 보내고 싶지 않으시다면? 흑마법사로 전직을 눈앞에 두고 계시다면? 당신에게 거절 못할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BBK 연애 컨설팅 펌 CEO 겸 대표 픽업 아티스트 저 이띵박의 VIP 특강 코스를 추천 드립니다.
강의는 집중 이론 강의 3회와 그리고 다수의 스팟 실습 강의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략적인 이론강의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띵방 집중 이론 강의 : 연애란 꼼수다!
솔직 정직 담백한 연애의 시대는 갔습니다. 연애는 정치와 같습니다. 꼼수 없이 그녀를 정복하겠다는 순진한 생각, 이제는 버리실 때가 됐습니다. 무자비한 실용주의로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1부터 10까지 알려드립니다.
1강 <언론장악> : 그녀의 주위에는 내 편만을 심어 놓아라!
- 그녀의 주위에 확실한 내 편을 심어 놓으세요. 그녀를 쟁취하는 것은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키는 것, 단순히 각인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멋진 놈, 좋은 놈으로 인지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당신의 편을 그녀 곁에 두세요. 그리고 주입하세요. ‘띵박이는 참 멋져. 띵박이는 잘 생겼어. 남자가 봐도 반하겠어.’ 당신의 마봉춘과 구봉숙을 만드는 법, 그리고 그들을 그녀 옆에 두는 법, 이띵박이 알려드립니다.
2강 <전시행정> : 보여주기는 강하다. 그녀의 혼을 빼놓아라!
- 사람은 동물입니다. 보여주는 것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벤트와 선물은 구닥다리다? 쇼잉(showing)없이 그녀를 갖겠다? 지나가는 개돼지가 웃을 겁니다. 기억하세요, 물량공세 그것은 진리요 알파고 오메가입니다.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4개의 강을 잇겠다는 각오로 보여주세요. 전시행정의 1부터 100, 저 이띵박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드립니다.
3강 <잡아떼기> :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잡아떼라.
- 분명히 말했습니다. 솔직하고 정직한 연애, 그것은 신기루와 같은 것입니다. 허상이라구요. 사람의 삶이란 예측 불가능한 복잡계와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내가 불리한 시츄에이션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지요. 그 모든 순간에 솔직하고 정직해진다면? 축하드립니다. 호구에 등극하셨습니다. 잡아뗍시다.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잡아뗍시다. 세 번 잡아뗍시다. 진짜인 것도 세 번 가짜라 하면 다 믿습니다. 반복 숙달하게 도와드립니다.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알지?”
4강~8강 <실습 적용> : 홍대에서 이태원까지, 불광동에서 내곡동까지 이론 강의에서 배운 것 적용해보기
※ 강의료 : 300만원.
※ 추가 실습 강의 희망 시 1회당 88만원.
요즘 참 말들이 많습니다. 픽업아티스트들은 사기꾼이다, 적폐세력이다.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치킨 연애 컨설팅펌”의 박그네 픽업아티스트의 추문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박그네 양이 왜 정작 본인의 연애는 실패하여 남친에게 차이는 수모를 당했을까요? 어설프게 내 편을 심어놓고 어설프게 선물하고 어설프게 잡아뗐기 때문입니다. 꼼수란 들켰을 때는 꼼수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꼼수를 아트의 경지에 들여놓는 순간, 그것은 꼼수가 아닙니다.
모태솔로, 흑마법사. 이제 전직하실 때가 됐습니다. 언제까지 테스토스테론 가득한 방에서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실 겁니까? 벗어납시다. 그리고 쟁취합시다. 저 이띵박과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연락처 : 010-5882-8282
-끝-
이러한 특수서식형 작문을 나는 예능 공채 PD를 준비하는 수강생들에게는
무조건 1개는 개발하게 강요하는 편이다. 예능은 훅이다. 자기 작문에 훅 장착하는 건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작문을 하나 자기만의 레퍼런스로 보유하고 있다면,
시험장에 가서 보다 풍부한 선택의 폭을 확보한 입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시험장에서 나온 시제에 맞춰 자기가 가진 특수서식형 레퍼런스 작문의 디테일을
살짝만 손 보면 퀄리티가 보장된 작문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명심해야 한다. 시험장에 가서 창작하는 거 아니다.
그럼 백전백패한다. 시험장에선 자기가 그동안 연습하며 개발해온
레퍼런스 작문들 중, 시제에 가장 부합하는 작문을 하나 골라 아주 살짝만
디테일을 갈아끼운 후, 그 레퍼런스 작문을 복원하고 와야 한다.
그래야 합격율이 오른다.
번뜩이는 자신의 창작 능력을 신용하지 마라.
연습이라는 지난한 인내의 시간을 믿어라.
위의 작문을 쓴 KBS PD(=과거의 내 수강생)도 그랬다.
연습하자. 그것만이 PD 공채 필기의 왕도다. 다른 길은 없다.
#22. KBS PD 작문 공유 ㅣ 공채 PD 최종 합격자 시리즈 ㅣ PD 필기 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