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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서울예대 입시/합격자의 작문과 공부법

불합격자들은 수미상관의 중요성을 모른다! ㅣ 서울예대 극작과 최종 합격자 작문 공유 ㅣ 실기 공부법

by 김봉민 2023. 7. 10.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정시가 점점 다가온다.

오늘도 우리의 게으리지만 예민한 극작과 입시생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을 게 자명하다. 

사실 지금 이 포스팅을 볼 시간에 한 글자라도 적는 게 더 낫겠지만, 그 고충도 나는 충분히 안다. 

뭔가를 써보려고 해도 뭘 알아야 쓰든가 말든가 하지..

 

쓰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천재적인 걸 적을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지만, 

막상 컴퓨터를 켜고 하얀 화면 앞에 앉으면 그 어떤 절망감보다도 더 거대한 주먹이 

연거푸 나 자신을 폭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나도 죽도록 많이 맞아봐서, 잘 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폭행의 연속이 나로 하여금 글쓰기 기술에 대해 집착하도록 만들었다. 

아래 교본은 그러한 나의 집착의 흔적이다.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 

 

https://drive.google.com/file/d/1hmE-ms4qwJnC1v7pc4bPHKDRrLFwguRS/view?usp=share_link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pdf

 

drive.google.com

 

적잖은 나의 극작과 제자들 겸, 나의 후배들. 

글쓰기는 기술이다. 예술은 나중의 이야기이고, 일단은 기술이란 말이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예술은 고사하고 개똥보다도 못한 글을 쓰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수미상관이라는 기술에 대해 알려주려 한다. 

아래 작문을 보자. 제목은 약장수.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한 나의 제자가 쓴 연습 작문이다. 

 

<약장수>

톨스토이는 말한다.
“현자는 원래 고독한 법이다.”

지금 나만큼 그의 말에 공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3년 동안의 취준 생활을 놓아버리고, 나는 눈앞의 생계를 택했다.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에게 건강식품이나 물건을 파는 일이다. 남들은 약장수라 낮춰 부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일만 가지게 되면, 퇴짜만 맞아온 취준 생활의 지겨웠던 외로움도 좀 가시나 했더니, 웬걸, 시골은 또 어찌나 멀리 있는지 하루의 반을 차 안에서만 보내는 것 같다. 지금도 혼자서 투둘투둘한 시골길을 운전 중이다. 그래도 다짐한다. 오늘도 할머니들을 열심히 구워삶아 약을 최대한 많이 팔 것이다. 

월요일 오전 11시)
수촌읍 감리 마을 노인정에 막 도착하니 할매들이 문 앞에 나와 있었다. 나를 아침부터 기다렸다고 하는데, 빨리 옷을 갈아입고 재롱을 떨어야 할 것 같다. 반짝이 스팽글로 장식된 보라색 턱시도 자켓을 걸치고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1번 곡은 역시 할매들의 영원한 오빠, 나훈아의 ‘테스형’으로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신이 났는지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케이, 그럼 이 기세를 모아 다음 곡은 국민 프로듀서 할매들의 원픽,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로 7080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다. 전주가 나오자 장내는 함성으로 난리가 났고, 그렇게 4시간을 내리 열창했다. 할매들도 이제 지친 것 같은데, 드디어 본론을 꺼낼 시간이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약통 하나를 꺼냈다. 
“이게, 이게. 아주 요물이야.있던 병 없던 병까지 아예 싸악 고쳐준다니까. 만병통치약!
내가 옆 마을에서는 25만 원에 팔았어. 
근데 우리 어머니들은 오늘 나 너무 예뻐 해줘서, 내가 딱 15만 원만 받을게.”

월요일 오후 4시)
노인정에 있었던 30명의 할머니 중 10명이 약을 샀다. 하지만, 이걸로는 택도 없지. 나는 아직 배고프다. 구매하지 않은 나머지 20명의 할머니들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제 하나마트에서 떨이로 산 휴지, 라면, 콩나물을 들고 할머니 집들을 방문했다. 선물 공세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니까. 마침 휴지가 똑 떨어졌다며 좋아라하는 할매 곁에서 장남이 30년 전에 삼성생명에 들어갔던 이야기부터 작년에 손주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자랑이든, 이야기라면 다 들어줬다. 할매가 목을 축이려 잠시 말을 멈췄을 때, 드디어 본론을 꺼낼 타이밍을 잡았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약통 하나를 꺼냈다.
“아까 무릎 시큰거린다 그랬지? 그거에 이 약이 직빵이야. 인삼 다린 거라, 효과도 빨라. 
내가 옆집 김 엄마한테는 8만 원에 팔았는데, 울 엄마한테는 내가 딱 5만 원만 받을게.”

월요일 오후 7시)
그래도 이번엔 15명의 할매가 약을 샀는데, 5만 원짜리라 간에 기별도 안 간다. 가격이 좀 나가는 전기장판을 파는 게 낫겠다. 아직 약을 사지 않은 5명의 할머니 중 한 명에게만 팔아도 성공이다. 오늘 파란 지붕 황 할매 생일이라던데, 그쪽을 노려봐야겠다. 삐그덕 거리는 녹슨 철제 대문을 두드리니, 황 할매가 나를 반겨 맞아준다. 생일인데 자식들이 안 오냐고 물으니, 일 때문에 주말에 내려온다고 한다. 그럼 오늘은 나의 기회지. 점수 딸 기회. 그길로 나는 미역을 사 와서, 할매 주방에서 미역국을 끓였다. 괜찮다고 연신 말하는 할매지만,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소반을 펴놓고 같이 생일상을 먹었다. 황 할매가 국그릇을 다 비웠을 때,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나는 서둘러 가방에서 전기장판을 꺼냈다.
“엄마, 곧 겨울인데 전기장판은 있어야지. 이미 있다고? 에이, 이거는 엄마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거랑 다르다. 장판 표면에 한약재 성분이 있어서, 아무리 누워있어도 살이 안 배긴다. 내가 옆 마을 할매한테는 100만 원 넘게 받았는데, 특별히 엄마한테는 딱 60만 받을게.”

오늘은 역대급이다. 떴다방 입사 이래로 최대 수익이다. 이 조그만 마을이 이렇게 노다지일 줄이야. 처음 만병통치약 원가가 2만 원인데 15만 원에 팔았고, 그 다음에 무릎약은 원가가 9000원인데 5만 원에 팔았고, 그리고 전기장판 원가가 20만 원인데 황 할매한테 60만 원에 팔았으니. 이번 주말에 또 와야겠다. 

토요일 오전 11시)
5일 후 다시 방문한 감리 마을, 오늘은 또 얼마나 팔 수 있을지 두근댄다. 차를 노인정에 대는 데, 누군가 창문을 미친 듯이 두들긴다. 당장 내리란다.
“당신이 그 사기꾼 약 팔이 새끼야? 어디 빼먹을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 돈을 빼먹어? 당장 환불해. 울 엄니가 산 전기장판이랑, 다른 할매들이 산 약값 다시 다 뱉어내!”

호된 호통에 귀가 얼얼하다. 환불을 해주고 나니 남은 돈도, 힘도 없다. 그냥 오늘은 접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노인정으로 할매들이 몰려온다. 아까 환불해준 돈을 쥐고서 내게 다시 내민다. 자신은 괜찮으니 오늘도 노래 열심히 불러달라 하신다. 그리고 이 마을에 계속 와달라 하신다. 재롱도 떨고, 늙은이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생일상도 차려주고, 자기 자식보다 낫다신다. 

현자는 고독하다 말했던가. 
외톨이 현자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바보로 사는 것이 낫다는 인생 선배 할머님들의 판단이다.
-끝-

 

잘 썼다. 쓰는 족족 이 정도 수준의 글이 나온다면 합격이 당연해지는 거다. 입시는 요행이 아니므로 매일 이러한 단련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냥 마구잡이로 단련하고 연습할 게 아니라, 기술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단련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위 작문의 오프닝을 보자. 

 

 

톨스토이는 말한다.
“현자는 원래 고독한 법이다.”



라고 썼다. 이건 내가 상당히 추천하는 것인데, 그건 바로 위에서 봤듯이

명언으로 오프닝을 채우는 것이다. 그럼 훅이 제공된다. 훅이 뭐냐고? 

쉽게 말해, 그냥 뭔가 그럴 듯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된다는 뜻이다.

근데 그게 끝일까? 아니다. 수미상관이 뭔지는 다 안다. 고등학교 때 그 정도는 다 배우잖아. 

이 작문의 클로징을 보자. 

 

 

 

 

현자는 고독하다 말했던가. 
외톨이 현자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바보로 사는 것이 낫다는 인생 선배 할머님들의 판단이다.


 

그렇다. 오프닝과 클로징을 연결시켰다. 근데 그냥 복붙하듯 단순 반복한 게 아니지. 

뭔가 자기만의 배리에이션을 줬다. 자기의 뭔가를 추가시켰다. 추가시키지 않는다면, 

수정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음~ 뭔가 괜찮은 작문을 읽은 거 같구만,

이라는 생각을 교수들 머리에 심어줄 수 있다.

왜? 오프닝과 클로징과의 연결성이 생성되어 우리가 소위 말하는 '구성력'이라는 게 

읽는 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매우 쉽게 퉁쳐서 말한다면, 

 

장르와 구조

 

라고 할 수 있다. 장르와 구조에 대해 모르면 뭘 쓰든 그냥 개똥 같은 이야기만 주구장창 쓰게 될 것이다. 

이건 마치 인간이란 육체와 정신의 조합체라는 걸 모르고 인간의 몸을 해부한 후에, 읭? 

이 사람 왜 정신이 나갔지(죽었지)?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하다. 

 

수미상관. 

 

이미 아는 기술이다. 그러니 써먹어라. 얼마든지, 계속, 늘, 연습할 때마다 써먹자.

10명 중 1명이 합격할까 말까 한 시험이다.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를 노리는 애들은 

모두 서울예대 극작과만을 노린다. 수능을 안 보니까, 그렇게 되어 버렸다. 

이 포스팅을 보는 당신도 아닐 리 없다. 극작과 합격이 미치도록 간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도하라. 글쓰기의 기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고, 매일 연습 작문을 써라. 

그것만이 합격을 위한 지름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 오직 그것만이 지름길이란 말이다.

 

 

 

 

 

 

 

 

불합격자들은 수미상관의 중요성을 모른다! ㅣ 서울예대 극작과 최종 합격자 작문 공유 ㅣ 실기 공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