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슬픈뭐뭐2

김봉민의 작가는 슬픈 뭐뭐 - #2. 슬픈 귀공자 내 친구의 실명을 거론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녀석이 한 2년 간 나의 전화를 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실명 언급은 포기한다. 그래서 가명을 쓰겠다. 가명은 김연소라고 치자. 가명이 김연소인 내 친구를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알게 되었다. 우리는 급우였다. 연소는 여러모로 귀공자 느낌을 주는 녀석이었다. 적당히 유머가 섞인 말도 구사할 줄 알았고, 부자집 아들내미 느낌도 물씬 풍겼다. 장담컨대 1996년 중랑구 일대의 중1 학생 중 연소보다 피부가 하얗고 눈은 낙타처럼 온순하게 크며 헤어스타일은 자연 매직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것처럼 찰랑거리는 놈은 없었단 말이다. 특히 그 헤어스타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교칙이라는 우수하고도 우스운 규율에 따라 다들 빡빡머리였음에도 연소의 앞머리는 찰랑거리며 거의 눈을.. 2016. 7. 31.
김봉민의 작가는 슬픈 뭐뭐 - #1. 슬픈 피동체 표현 올해 들어 서른, 하고도 셋. 여기서 하나나 둘을 빼기 전부터 나는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노인이 되면 아무튼 뭔가 달라질 테니 이상하고도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말고 반드시 노인이 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추하지 않은 노인이 되자고 생각했다. 노인이 되면, 노인일 때만 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거고, 내가 추한 노인이 되지 않는다면 추하지 않은 글을 쓰는 노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후면 빼도 박도 못하고 생물학적으론 노인의 반열에 강제 입성하게 될 텐데, 그때까지는 물론이고, 그 이후로도 이 꿈을 밤과 낮으로 곱씹자고 생각했다. 내 꿈은 내 안에 있지만 그것을 이루는 과정은 내 바깥에서 이뤄지니 윤씨 성을 가졌던 한 청년이 별을 헤는 맘을 잘 패러디 해 .. 2016.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