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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작가는 지난 일기 - 휴머니즘

by 김봉민 2016. 8. 16.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2015년 4월 12일

소주병에 담긴 맥주. 

맥주병에 담긴 콜라. 

양주병에 담긴 막걸리. 


맞는 말인가. 맞는 말이지. 

내용물에 따라 겉형식이 정의되고 명명되는 게 태반이지. 

허나, 엄밀히 말해선 틀린 말.


맥주가 담겨 있으면 소주병이 아니라 맥주병인 거고

콜라가 담겨 있으면 맥주병이 아니라 콜라병인 거고

막걸리가 담겨 있으면 막걸리병. 양주병은 없는 거다.


엄마는 소주병에 들기름을 보관한다. 

이것도 100% 틀린 말. 엄마는 그것을 이제 소주병이 아니라, 

들기름병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어떻지. 

인간이라는 외피를 누구나 갖추고 있으니, 

그 안에도 인간다운 정신만 있더냐. 


요즘엔 휴머니즘에 대해서도 부단히 회의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다움에 대한 내 믿음마저 허물어트리고는 

금수 이상으로는 못 살 것 같다는 게 중간 결론이다. 


인간다운 정신과 인간다운 정서와 인간다운 배려가 없다면, 

아무리 인간의 몸을 지니고 있더라도 

엄밀한 의미에선 인간이 아니다. 

맥주가 담겨 있으면 그건 원래 소주병이었어도 이젠 맥주병이고,

인간의 외피를 타고났어도, 내면에 개 같은 생각이 가장 힘세게 

자리잡고 있다면 그건 두말 할 것도 없이 개란 말이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는, 상대주의만으론 부족함을 느낀다.

그 안에 나름의 잣대가 필요하다. 

그 기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요즘이다. 

인간스러움이 그러니 뭔지 일단 궁리하고 또 궁리해볼 일이다. 



김봉민의 작가는 지난 일기 - 휴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