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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레퍼런스 작문 활용 연습법 ㅣ KBS 드라마 PD 작문 공유

by 김봉민 2024. 4. 1.

아래 작문을 보자. 현직 KBS 드라마 PD가 내게 수업 받던 시절에 썼던 작문이다. 

그리고 이런 게 바로 내가 소위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이라 부르는 작문이다. 

공채 필기에 임하는 언시생 자신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뜻한다. 

내가 PD 공채 필기 교육을 진행해온 2013년부터 강조해온 것이지만,

시험장 가서 창작을 시도하는 건 미친짓이다. 

작가적 역량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건가?

PD가 되려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피디 공채 필기 전형에서의 작문 시험 존재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PD 공채 전형에서 작문 전형이 존재하는 이유>

1.응시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검정한다. 

2.창의성을 엿본다. 

3.맞춤법을 대거 틀리며 자신의 무식함을 보여주거나,

보편적 논리에서 완연히 벗어난 이야기를 뻔뻔히 쓰는 등,

입사시키면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을 더럽게 못할 거 같은 응시자를 발본색원한다. 

 

나는 확언한다. 글 잘 쓰는 사람을 뽑으려고 작문 전형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작가를 뽑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므로 KBS 드라마 피디가 된 나의 수강생도 그랬듯, 

공채PD를 꿈꾸는 자라면, 응당, 내가 말하는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최대한 많이 미리 개발해둬야 한다. 

일단 KBS 드라마 PD의 언시생 시절 레퍼런스 작문을 보자. 

 


<헤이트풀 4>

 

# 장소 : 6호선 봉화산행 제4332열차 

 

“나는 저 놈이 혐오스럽다”

 

# 김희애(24세,여,대학생)의 시각

 

나는 저 놈이 혐오스럽다. 

 

임산부 배려석에 다리를 쩍 벌리고 있는 저 한남충말이다. 한남충이란 부끄러움도 최소한의 염치도 잃은 해충 이하의 생물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런 벌레 같은 놈들의 더러운 행각을 보고 있으면 내 심장 속 숨어 있던 분노의 1gm마저 다 분출하게 된다. 한남이라는 이유만으로 헬조선의 모든 권리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주제에, 젠더 감수성이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저열한 머리를 달고 우리 여자들의 자리를 저렇게 침범하는 것은 실수가 아닌 고의로 그런 것임이 분명하다. 늘 그렇듯이 생활 속에서 여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겠지. 아, 역겹게 눈을 부라리는 저 꼴 좀봐. 바퀴벌레랑 눈을 마주쳐도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텐데. 볼 것도 없는 그 사타구니 좀 가리고 다리 좀 모아라. 

 

내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 

어딜 가나 득실대는 저 한남충들 때문이다.

 

# 이철수(29세,남자,취준생)의 시각

 

나는 저 놈이 혐오스럽다.

 

노약자 배려석에 걸터앉아 코를 후비고 있는 저 흰 머리의 꼰대. 우리 젊은 사람들의 단물과 핏물을 빨며 기생하는 저 늙은 놈들 말이다. 쭈글쭈글한 피부, 생명력 없이 새하얀 머리털, 그리고 대체 며칠 동안 씻지 않은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악취. 말 그대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혐오스러운 존재다. 저 더럽고 냄새나는 늙은이들 때문에 우리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있고, 구한다 해도 저들에게 호흡기를 붙여주기 위해 번 돈의 반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래놓고 우리에게는 노오력이 부족하다느니, 철이 없다느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헛소리만 지껄여대는데, 나는 절대 저렇게 구질구질하고 추하게 늙지 않을 것이다. 저 헉헉대는 숨소리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세균이 숨어있을까. 그래도 그 세균이 저 꼰대보다는 깨끗할 것 같아. 

 

내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

어딜가나 득실대는 저 꼰대들 때문이다.

 

# 한덕광(78세,남자,무직)의 시각

 

나는 저 놈이 혐오스럽다. 

 

저 시꺼먼 피부를 하고 있는 더러운 오랑캐 놈 말이다. 어느 샌가부터 저런 잡종들이 기어 들어와서는 제 놈들 나라처럼 활보하고 다니는데 도무지 용납이 안된다. 이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저런 호로같은 놈들이 득실대는 나라가 되었단 말이냐. 이게 다 젊은 놈들이 모자라고 무식하고 못난 탓이다. 빨갱이 같은 놈들에게 투표를 하질 않나, 허구한날 촛불시위니 뭐니 데모를 하질 않나, 심지어는 결혼까지 안하겠다고 한다. 이 나라가 어떻게 지켜온 나라인데 못난 젊은 놈들 때문에 저렇게 거무튀튀한 오랑캐들까지 들끓는 3류 국가가 돼버리다니.

 

대한민국이 망가져가는 이유.

잡종놈들과 젊은 놈들 때문이다.

 

# 무하마드 빈 술만(34세,남자,일용직노동자)의 시각

 

나는 저 놈들이 혐오스럽다.

 

이 지하철에 타고 있는 모든 한국 놈들. 돈을 벌기 위해 모국을 떠나 이 좁디좁은 나라에 왔지만, 이 못된 황인종 놈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거의 벌거 벗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피부를 다 내놓고 다니는 저 천박한 여자, 다리를 쩍 벌린 채 거만하게 앉아 있는 저 젊은 남자놈, 그리고 나를 계속해서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저 늙은이. 모두 다 역겹다. 좁아터진 나라에서 바퀴벌레처럼 사는 주제에,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날 무시하고 속이고 이용해먹으려는 교활한 한국 놈들. 알라의 이름으로 언젠가는 모두 처단해버리고 싶다.

 

이 더러운 나라를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이유.

모든 한국 놈들 때문이다.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저 놈이 혐오스럽다.”

 

-끝-

 


이 정도가 되면 언론고시생들 사이에선 매우 상급이다. 

정말 더럽게 글 못 쓰는 공채 준비생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 정도 퀄리티라면 필기에 있어선

합격이 안정적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근데 중요한 게 더 있다. 

이런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가지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연습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거다. 

일단 보자. 


 

시제: 비가 내리는 날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제시하고, 풍경을 보며 슬퍼하고 있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시오.

제목: 여전히 1988년의 그날에

퇴근의 분주함이 깔린 6시, 천호대교를 건너는 709번 버스 안에서 비는 내리고 있었다.

이미애(55세, 여, 주부)의 이야기

그날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눈이 펑펑 내리던 그 겨울날,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마다 울려퍼지던 12월, 바로 우리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던 날이었다. 정기 검진은 매달 첫째 날, 오후 6시 반. 그래서 그 날짜와 시간은 지금도 내 마음 속에 생생하다. 버스가 한강 아래로 추락하던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쥐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생각만 해도 몸이 저려온다. 만약 그날 그 버스를 타지 않았다면, 그날 검진을 가지 않았다면, 아니면 천호동에 살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의 심장 소리를 언제든지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되어 있을 텐데. "엄마는 너를 가장 사랑해"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나의 시간은 여전히 1988년 4월 1일에 멈춰 있다. 한때 좋아했던 비 내리는 창밖 풍경이 이제는 나를 슬프게 만든다.

“나의 시간은 여전히 1988년 4월 1일에 멈춰 있다.”

 

이현준(37세, 남, 체육교사)의 이야기

그날은 나의 삶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남자 축구 대표팀 평가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당시 나는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차범근의 뒤를 잇는 유망주였다. 모두가 나를 주목하던 그때,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큰 실수를 범했다. 572번 버스에 몸을 실은 것이다. 그날 뉴스는 내 이름으로 가득 찼고, 한강에서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다. 주변이 기회로 가득 찼던 나였지만, 점점 기회는 멀어져 갔다. 축구 이외에는 모르던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내일도 천호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겠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1988년 4월 1일에 머물러 있다. 필드 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던 그 순간들이 비와 함께 나를 그날로 되돌려 놓는다.

“나의 마음은 여전히 1988년 4월 1일에 머물러 있다.”

 

박태희(51세, 여, 영화감독)의 이야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린다. 야간자율학습을 건너뛰고 학교를 나선 날이었다. 바로 그때, 네 엄마로부터 받은 전화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천호대교에서 네가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그날 나는 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학교를 일찍 나왔었다. 네가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있어 보여서, 광나루공원에서 같이 걷고 싶었던 건데. 너를 병원으로 실려 온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차가움, 그 고통, 그 두려움을 어떻게든 함께 나누고 싶었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와 꿈, 행복을 공유했었다. 너는 내게 단순한 친구 이상이었다. 우리가 함께 비를 맞으며 미래의 영화에 대해 꿈꾸던 그 순간들... 지금, 영화제작소로 가는 길에 네가 없어서 마음이 허전하다. 나의 시간은 여전히 1988년 4월 1일, 그 사고가 일어난 날에 머물러 있다. 지금 이 비가, 그리움을 더욱 짙게 만든다.

"나의 시간은 여전투 1988년 4월 1일에 머물러 있다."

끝.

 


 

이 작문은 위의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시제에 맞춰서 변형을 가한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될 것이다. 

시제: 비가 내리는 날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제시하고,  풍경을 보며 슬퍼하고 있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시오.

라는 시제에 맞춰서 바꾼 거란 뜻이다. 

왜 이런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의 퀄리티가 높더라도 

시험장에선 어떠한 시제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로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연습 시제에 맞춰

변형하는 연습도 해놔야 시험장에서 내가 극도로 혐오하는 '시험장에서의 창작'을 면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여야 보배이듯,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그걸 어떠한 시제가 나오든 

변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놔야 리스크가 준다. 

(참고로 위의 변형 레퍼런스 작문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래 링크를 누르면 그 실제 사건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https://namu.wiki/w/%EC%B2%9C%ED%98%B8%EB%8C%80%EA%B5%90%20%EB%B2%84%EC%8A%A4%20%EC%B6%94%EB%9D%BD%20%EC%82%AC%EA%B3%A0)

 

그럼 아래 작문도 보도록 하자. 아래 작문의 시제는 <몰입>이었다. 


<완전한 몰입을 위해>

마침내 내 손에 들어왔다. 지난 이틀간, 택배를 기다리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단 1000부만 인쇄된, 그 한정판 책이 바로 여기 있다. 글에 대한 이해도와 독서의 깊이를 한 차원 높이려면, 이 책을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의 방안은 간소한 가구들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이 중요한 책을 제대로 음미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이제야 도착했다. 이 책에 완전히 몰입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편안함이 가득한 의자다. 이 중요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을 놓치지 않으려면, 몰입에 최적화된 환경이 필요했다.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발을 뻗고, 팔꿈치를 기댄 채, 등을 의자에 기대며 다시 책장을 펼쳐본다.

하지만 바로 옆 방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이 나를 방해한다. TV의 지저분한 소리와 이웃의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고요함 속에서 책을 읽고 싶은 나로서는, 이웃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기보다는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도착했다. 옆방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고급 헤드폰이다. 이 책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 CD도 함께 준비했다. 이제, 옆방에서 무슨 소리를 내든 상관없다. 나는 이 책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책을 더 읽어 나가려 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이렇게 흐린 조명 아래서는 책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기 어렵다. 책 속의 세계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아야 하는데, 이 조명으로는 불가능하다.

마침내, 내가 찾던 조명이 도착했다. 책 속의 활자를 완벽하게 비추어 줄 최상급의 스탠드다. 이 스탠드의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러운 빛은,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데에 그만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진짜로 책을 읽을 차례다.

똑똑.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방문이다. 문을 열어보니, 바닥에 떨어진 것은 이번 달 카드 명세서다.

손에 떨리는 명세서를 잡고 있으니, 내 손이 덜덜 떨린다. 내가 이번 달에 지출한 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마음이 무겁다. 카드 요금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번 달의 월세는 벅차 보인다. 월세를 내지 못하면 집에서 쫓겨날 판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잠자리도, 식사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의자를 팔아볼까? 그것도 안 된다. 이 의자는 아직 할부도 끝나지 않았다. 헤드폰은 어떨까?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 헤드폰이 얼마나 멋진 아이템인지, 나를 누구보다 돋보이게 만드는데. 스탠드는 팔 수 있을까? 그것도 안 된다. 이 스탠드의 세련된 디자인과 빛의 향연을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냉장고는? 그건 집주인의 것이니 손대지 못한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책이다.

나는 그 책을 들고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학교 앞 시장에 나섰다. 전 세계에서 단 1000부만 제작된 이 귀한 책이, 신문지 위에서 새 주인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볼 사람은 이 학교에 나 말고는 없는 듯하다. 추운 겨울 날씨에 배가 고프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서 나는 지쳐만 간다. 시간이나 때울 겸,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차라락, 휘리릭, 차라락, 휘리릭.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분명하게 들린다. 차락차락, 휘릭휘릭, 차락차락, 휘릭휘릭. 책 속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나를 발견한다. 차라라라라라라락, 휘리리리리리리릭, 우워워워워워.

그곳, 바로 그 시장의 한 구석에서, 나는 완벽한 몰입을 경험했다.

-끝-

 


잘 썼다. 퀄리티가 아주 높다! 

위 작문에 대한 '변형 레퍼런스 작문'은 다음과 같다. 

시제에 맞춰서 고친 거다. 


시제: 스토리텔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시오. 

<마감을 위하여>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원고 마감일까지 단 일주일만을 남겨두게 된 것이다... 아차, 싶은 마음에 나는 이마를 찰싹 때렸다. 한 달 전에 세웠던 그 다짐들이 무너져 내린 것이 자괴감을 안겨줬다. 이제라도 서둘러 원고를 마무리 지어 유튜브 웹드라마 팀으로 메일을 보내야만 한다. 17년 차 스토리텔링 전문가인 내가 아닌가? 단단히 마음먹고 의자에 몸을 실었다. 반드시 7일 내에 원고를 완성해 보내리라 다짐했다.

7일 전, 타닥타닥...

의자에 앉아 보니, 무언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니, 바로 삐걱거리는 의자였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의자가 마치 춤을 추듯 따라 움직이며 집중을 방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원고에 집중할 수 있으랴. 곧바로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게이밍 의자를 구매했다.

띵동!

최신형 게이밍 의자가 도착하고 나의 작업 공간에 자리 잡았다. 이제야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5일 전, 타닥타다닥...

의자를 교체한 후 이틀이 지났다. 새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는데, 이번에는 천장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가 나의 집중을 방해했다. 아무래도 윗층에 살고 있는 사람이 문제인 모양이었다. 결국, 나는 윗층에 항의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문을 연 사람은 예상치 못한 거구의 사내였고, 나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방음부스를 주문했다.

띵동!

방음부스가 설치되고 나의 '나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이제야 집중해서 원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일 전, 타닥타다닥...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원고 작업에 착수했으나, 이번에는 스탠드가 고장 나버렸다. 나는 스탠드의 빛이 글쓰기에 있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결국, 다시 온라인으로 최고급 스탠드를 주문했다.

띵동!

새 스탠드를 설치하고 나니, 마침내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이제, 진짜로 원고 작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띵동!

 배송됐다. 아니, 주문한 게 없는데 뭐가 배송된 건가?

 .

 .

 .

 카드 명세서였다. 명세서에는 최신형 게이밍 의자의, 방음부스의, 최고급 스탠드의 값이 적혀 날라왔다. 나는 손이 벌벌 떨렸다. 카드엔 이번달 월세로 택도 없는 잔액이 남았기 때문이다. 재빨리 원고 메일을 보내 원고료를 받아내야 한다.

 

 이젠 최신형 게이밍 의자건, 방음부스건, 최고급 스탠드건, 다 쓸모가 없다. 내 머릿속엔 오직 ‘월세’라는 단어만이 가득찼다. 노트북 위에 열 손가락을 얹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고도의 집중력이었다. 이마도 탁! 짚을 새도 없이. 

 

 -끝-


다른 시제에 맞춰서 '변형 레퍼런스 작문'을 써보는 연습을 한 거란 게 보일 거다. 

이런 연습을 많이, 아주 많이!! 해야 한다. 

또다른 변형 레퍼런스 작문을 하나 더 보자. 위의 '완벽한 몰입을 위해'라는 작문을 변형한 것이다. 


시제: 시작과 끝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쓰시오. 

[완벽한 사회 생활 시작을 위하여]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빨갛게 찍힌 ‘합격’이란 두 글자를 보는 순간 으엉엉- 그간의 설움이 한 번에 몰려왔다. 깨알 같은 글씨들이 마구 적혀있지만, 내 눈에는 오직 '합격'이라는 두 글자만 보일 뿐.. 비록 인턴이지만, 나의 위대한 사회 생활의 시작으론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 소중한 합격통지서는 서랍에 고이 모셔둬야지. 토익이니 공모전이니 스펙 쌓기에 열 올리던 지난 시간들도, 미친 듯이 써 댔던 자소설도 이젠 끝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기쁜 것은 내가 합격한 회사의 연봉이 억-소리 난다는 것! 반드시 나는 정직원이 되고야 말겠다. 후훗- 돈이 없어서 서러웠던 지난날들이여, 연애는커녕 소개팅도 하지 못했던 찌질했던 내 인생이여, 이젠 안녕- 탄탄대로보다 단단한 앞날이 나를 기다린다!

 

 첫 출근까지 열흘 남았다. 첫날인 만큼 첫인상이 좋아야 하는데. 아뿔싸, 그러고 보니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 옷장엔 그저 도서관용 트레이닝복과 너덜너덜한 과잠바, 그리고 면접을 위해 구입한 싸구려 정장 한 벌이 고작이다.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을 인재로서 이런 초라한 옷은 더 이상 입을 수 없다. 나는 당장 백화점으로 갔다. 그리고 매장 앞에 마네킹이 입고 있는 간지 나는 정장 한 벌을 샀다. 물론 한 땀 한 땀 고급스럽게 수놓인 신상 넥타이도. 예전 같았으면 억-소리 나는 가격이었지만 문제없다. 첫 월급의 절반도 못 미치니까. 

 

 첫 출근까지 일주일이 남았다. 그런데 잠깐,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골프가 필수라고 누가 그랬더라. 그 동안 스펙 쌓기에만 매달려 있던 나는 제대로 된 취미도, 잘하는 운동도 없다. 큰일이다. 이러다간 승진은커녕 입사초반부터 동료들한테 밀릴 게 불 보듯 뻔하다. 나는 당장 집 근처 골프 아카데미에서 6개월 과정을 끊었다. 물론 자기 체형에 맞는 골프채를 사용하면 실력이 빨리 는다는 트레이너 말에 넘어가 골프채 세트도 할부로 끊었다. 이 모든 게 억-소리 나는 가격이지만 뭐, 괜찮다. 월급 받아서 갚으면 금방이니까.

 

 첫 출근까지 이제 사흘 남았다.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 그러니까 직장인 대출이라던 지 직장인을 위한 우대 서비스 등이 쏙쏙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내 발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자동차! 잠깐 구경만 할 생각으로 들어간 자동차 대리점에서 예쁜 직원의 친절한 서비스에 얼떨결에 시승도 하고 카탈로그도 보다보니.. 하긴 모두가 인정하는 기업의 일원으로서 더 이상 뚜벅이는 용납할 수 없다. 보험까지 하니 생각보다... 억-소리 나긴 하지만 뭐, 문제없다. 앞으로 내가 받을 월급이라면, 갚고도 충분하니까.

 

 드디어 내일이면 첫 출근이다. 모든 게 완벽하다. 어떤 상사를 만나더라도,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훌륭하게 소화해 낼 준비가 다 끝났다. 일찍 자야하는 데 설레서 잠이 안 온다. 모든 게 다 꿈만 같다. 영 실감이 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둔 합격 통지서를 다시 꺼냈다. 아- 합격! 빨갛게 찍힌 이 선명한 두 글자. 그리고 깨알 같이 많았던 작은 글씨들도 이번엔 감격에 겨워 하나하나 읽어본다. 아래로 친절하게 적힌 회사 사내 규정과 그리고.. 그리고.. 작게 쓰여 있는 문장 하나.

 [ 정식 인턴 채용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본 과정은 정식 채용과 무관하며 별도의 급여 지급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끝-


이렇듯 하나의 '나만의 레퍼런스 작문'을 개발했다고 해서 그냥 놔버리면 자기 손해가 된다. 

그걸 갖고 계속 붙잡고 늘어지면 어떠한 시제가 나오든 대비가 될 수 있게 미리 연습해둬야 한다. 

그러한 선제적 노력없이 KBS PD가 되려는 마음을 먹는 건 절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 

퓌트스쿨 PD 언론고시 필기 교본.pdf
2.15MB

 

내가 제작한 위의 교본을 다운 받으면, 더 많은 PD 공채 필기 관련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돈이든 시간이든, 아무것도 투자하지 아니 하고 남들보다 더 나은 실력이나 

더 나은 형편이 되길 기대하는 건 문신돼지조폭들의 미덕이지 엘리트 공채 PD들의 미덕일 리 없다. 

연습하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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