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그렇듯이, 작문을 공부하는 것에도 단계가 있다.
그 첫 단계가 '작문 분석'이다.
잘 쓴 작문만 분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못 쓴 작문도 어느 부분 때문에 작문의 퀄리티가 낮아졌는지 반복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그와 같은 실수를 네 작문에서 피해 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분석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 작문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이 부분은 나에게 수업을 들으면 해결된다 ㅋㅋ
오늘 보여줄 로그라인 분석 예시는 드라마 PD 최종합격자가 언시생 시절 공부했던 것이다.
예를 통해서 분석하는 포맷과 방법을 익히길 바란다.
(작문 - 로그라인 분석-개요 분석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하 내용은 위의 이미지 파일 내용과 동일함
<개요분석>
제시어: 종이
19금 종이인형
며칠 전 종이인형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토론회가 열렸다. 아래는 각 당사자들의 입장을 요약한 것이다.
학부모 : 며칠 전 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옷을 입히고 벗기며 히죽대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던지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 이것이 종인형을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모습이다. 나는 종이인형을 통해 아이들이 폭력성을 학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TV에서 아무 죄책감 없이 연쇄강간살인범들이 태연하게 재연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섬뜩하다.
인형제조사 : 그런 논리라면, 부모들은 아이 앞에서 요리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안 된다. 생선을 자르고 썰고 고기를 굽는 잔인한 모습을 아이들이 배울까 두렵다. 엄마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억지가 심하다. 아이들은 그동안 인형과 장난감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자라왔다. 이를 금지시킨다면 아이들의 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아동심리전문가 : 아이들은 인형놀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역할에 대해 배우고 습득한다. 종이인형이 성문제와 폭행의 원인이라기보다 도리어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성역할을 미리 습득하고 일찍 성에 대해 올바르게 아는 것은 어른들로써 책임을 가져야할 일이다. 올바른 교육과 함께 제공되는 알몸인형들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 : 종이인형은 여성억압의 상징이자 모순된 사회역할의 표상이다. 요즘 같이 성에 대해서 눈을 빨리 뜨는 아이들에게 옷을 입히고 벗기는 과정은 특정 성행위를 연상하게 한다. 이는 아이들이 왜곡된 성 윤리관을 갖고 성적판타지를 키울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법을 제정해 이후 만들어지는 인형들의 옷이 탈부착이 불가능한 형태로 제조되도록 한다. 또한 인간형 인형을 넘어 알몸으로 TV에 나오는 푸우, 뽀로로 등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리거나, 부득이 방송할 경우에도 중요 성기 부위에 모자이크 처리를 확실히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밤 12시 이후에는 이러한 방송을 보는 것을 확실히 근절해 왜곡된 성 이미지를 갖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아이 : 우리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 감사합니다. 어른들이 뭐든지 금지시키는 덕에 이제는 할 게 공부 밖에 없네요. 공부도 금지시켜주면 감사할 텐데 말이죠. 그리고 인형은 인형입니다. 인형가지고 이상한 상상 안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른들이나 자기 일이라도 잘하세요. 싸우지들 말구요.
1. 서본결로 개요 작성
로그라인 : 학부모와 여성가족부는 아이들이 종이인형놀이로부터 폭력성과 선정성을 학습한다고 생각하여 종이인형놀이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려 한다.
주인공 수식 : 아이들이 폭력과 여성억압에 노출될까봐 걱정함
욕망 : 종이인형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고 싶음
방해물 : 토론회
서 : 종이인형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열린 토론회
본1 : 학부모 曰 종이인형을 통해 아일들은 폭력을 학습
본2 : 인형제조사 曰 아이들은 장난감과 인형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함.
본3 : 아동심리전문가 曰 아이들은 인형놀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역할에 대해 학습함.
본4 : 여성가족부 曰 알몸으로 이뤄진 종이인형을 통해 모순된 성개념을 배운다
결 : 아이들 曰 내버려 두세요.
2.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종이인형이 폭력성과 선정성을 담고 있다는 주장
홀드 : 학부모 / 여성가족부 vs 인형제조사 / 아동심리전문가 구도의 토론식 진행
페이오프 : ?
3. 개선점 제시
훅은 있는데 글의 구성력이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서로의 입장을 번갈아가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구조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결말부에서 아이의 입장이 너무 부실하게 끝맺음을 내버려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서론 : 종이인형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열린 토론회
본1 : 학부모 曰 종이인형을 찢고 자르면서 아이들은 폭력을 학습
본2 : 여성단체 曰 알몸으로 이뤄진 종이인형을 통해 모순된 성개념을 배운다
본3 : 여성가족부 曰 종이인형 뿐만 아니라 나체로 이뤄진 모든 인형을 금지해야 한다.
결 : 여성국회의원 曰 종이인형놀이처럼 폭력을 학습할 위험이 있는 ‘요리’(본1요소), 왜곡된 성관념을 주입할 수 있는 ‘살색’(본2요소), 동물들이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동물원’(본3요소)를 모두 금지하는 방향의 정책을 입안하겠다.
위와 같은 식으로 결말부에서 여성가족부와 학부모의 억지논리를 비꼬는 결말을 맺었으면 페이오프가 형성되었을 것 같다.
4. 해당 작문에 대한 간지나는 25자평
페이오프가 없으니 훅도 훅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로 콘텐츠라는 것은
훅만 좋아서도 안 되고, 홀드만 좋아서도 안 된다.
두 개가 안 좋은데 페이오프가 좋을 리도 없고,
결국, 전부 연결돼 있는 것이다.
3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작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콘텐츠에도 해당된다.
네가 써야 할 기획안, 특히 기획의도에도 훅, 홀드, 페이오프가 다 드러나야 한다.
로그라인(미션 포함) - 개요 - 훅,홀드,페이오프-개선점-25자평
로개요는 기본이고, 여기서 키포인트는 '개선점' 부분이다.
단순히 어느 부분이 별로다,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한다.
에서 그치는 것은 분석이 아니다.
계속 거기까지만 분석을 하면 평생 실력 증진을 이룰 수 없다.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았으면, '반드시 나라면 이렇게 고쳐볼 것 같다, 이렇게 고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봐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만 실력이 느는 거다.
그냥 작문 여러 개를 보고, 스터디에 가서 입으로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실력이 는다?
절대 아니다.
무조건 직접 고쳐봐야 한다.
로개요로 넘어가자면,
로그라인에는 반드시
-주인공 수식어
-욕망
-방해물
이 들어가야만 한다.
특히 에이포 기준 최대 한 장 반 분량의 언시 작문 로그라인은 이 기준이 더 좁아지는데,
주인공 수식어는 직업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백수면 백수라고라도 적어줘야 한다) 해야 한다.
직업에서 인물의 디테일이 가장 많이 뽑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욕망. 욕망은 곧 미션과 관련되는데,
짧은 분량인 언시 작문에서 이중 미션이 되면 다 처리가 안 된다. 고로, 욕망은 구체적으로, 하나만.
방해물은 이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로서, 세 개를 적어주는 게 좋다.
왜냐하면 본1,2,3에서 반드시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 방해물 조합이 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래 들어가야 하는 요소들을 알고 나면, 분석을 통해서
'이 작문은 필수 요소가 모두 충족되어 있네' 혹은 '이 작문은 이 부분이 미흡하니 여길 이렇게 채워야겠네'를 알 수 있게 된다.
개요 분석도 마찬가지다.
특히 결말은
가짜 결말-꺾기-진짜 결말
이렇게 3단계로 쪼개어 분석하는 것이 좋다.
서: 등장인물 제시(등장인물은 최대 2명이 넘지 않도록. 인물을 많이 사용하면 그 인물들을 뒤에서 다 처리해 줘야 하기 때문에 분량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미션 제시 (미션은 반드시 단일 미션)
본1: 미션 성공을 위한 노력 1+ 방해물1
본2: 미션 성공을 위한 노력 2+ 방해물2
본3: 미션 성공을 위한 노력 3+ 방해물3
가짜 결말: 미션 성공/실패 (둘 중 하나)
꺾기: 본1,2,3의 요소 모아서 꺾기
진짜 결말: 미션 성공/실패(가결에서 미션 성공했을 경우 진결에선 꺾기의 결과로 인해 미션 실패가 되는 구조)
이 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부하고 난 뒤에 반복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마찬가지로 네가 분석하는 작문이 장/단점이 보이게 된다.
그럼 장점은 체득하여 네 것으로 만들고,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단점은 피해가면 된다.
글쓰기를 재능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데,
글쓰기는 오히려 건축이나 수학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계획하고, 계산해서 쌓아올리는 것이다.
때문에 기술을 익히고, 계속해서 그 기술을 연마하면 좋아질 수 있다.
아직도 늘지 않는 작문 실력을 재능 탓으로 돌리며 포기하는 언시생들이 있다면,
고퀄 개요 일반 공식, 로그라인 공식부터 외우도록 해라.
외워서 적용해 본 후 다시 말해라.
글쓰기는 기술이다.
합격하고 싶다면 기술공이 되어야만 한다.
드라마PD 최종합격자의 작문 공부법 | 로개요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