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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입시/극작과 실기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합격생 작문 공유 ㅣ 로그라인과 개요 없이 본문 쓰지 말자

by 김봉민 2023. 1. 6.

 

다음은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한 나의 제자가 나의 수업을 받으며 썼던 연습 작문이다. 

이 정도 수준의 작문을 써낼 실력이 되면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실기 작문 전형에서 떨어질 리는 

제로로 수렴하게 된다. 그러니, 일단 세세히 읽어보길 바란다. 

 

시제: ‘스토리텔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하시오.’



제목 : 원고를 위하여



 미루고 미뤄온 탓에, 원고 마감일이 어느새 7일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아이고!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한달 전, 그렇게 미리미리 하겠다는 다짐이 무너진 것에 대한 한심함을 느꼈다. 한시라도 빨리 책상에 앉아, 원고를 완성해 유튜브 웹드라마 팀에 메일을 넘겨야 한다. 그래도 스토리텔링만 17년간 해온 베테랑 스토리텔러가 아닌가? 나는 의자에 앉았다. 꼭 7일 안에 원고를 완성해 메일을 보내겠다.



 7일 전, 타닥... 타닥..

 의자에 앉은 나는,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문제의 근원을 찾고자하니, 삐걱대는 의자가 분명 문제였다. 나의 엉덩이 움직임에 따라 같이 탱고를 추듯 연신 삐걱대는 의자가 나의 집중력을 파괴했다. 아이고!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그리곤 노트북 한글파일을 잠깐 내려놓곤 쿠팡에 들어가 최신형 게이밍 의자를 구매했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고 최신형 게이밍 의자가 나의 책상 앞 자리를 차지했다. 좋아, 이 의자만 있다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5일 전, 타닥... 타다닥...

 의자 하나에 이틀을 소비했다. 나는 최신형 게이밍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때, 천장에서 쿵! 쿵!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쿵! 쿵! 소리는 도저히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윗층에 이휘재 가족이라도 사는 것인가? 아니라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최강폭군 혜성이’가 윗집에 사는 것이 분명하다. 아이고!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그리곤 현관문을 열곤 윗층으로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휘재든 혜성이든 한소리 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인터폰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낮고 굵었다. “거 누구쇼?” 미, 밑에 집에서 왔습니다. 하고 말하자 현관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내는 이휘재도, 혜성이도 아닌 마동석 같은 사내였다. 조, 조용히 좀 해주시면 감사... 쿵! 그는 굵직한 팔을 뒤로, 문을 굳게 닫았다. 나는... 쿠팡으로 들어가 방음부스를 주문했다.

 띵동!

 방음부스가 배송됐다. 나는 방음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어떠한 세상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오직 ‘나만의 공간’이었다. 이제야 좀 집중을 할 수 있겠군. 나는 최신형 게이밍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2일 전, 타닥... 타다다닥....

 윗집의 마동석 탓에 하루를 꼬박 소비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완벽하다. 노트북 위에 열 손가락을 얹었다. 아니,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지? 나의 시야가 검은 화면으로 깜빡깜빡거렸다. 나의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 라는 생각은, 노트북 옆의 스탠드가 고장난 것을 보고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나는 이마를 탁 짚었다. 나 같은 글쟁이에게 이 스탠드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탠드의 주황빛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데, 글쟁이에게 분위기란 매우 중요했다. 나는, 다시 쿠팡에 들어갔다. 그리곤 최고급 스탠드를 주문했다.

 띵동!

 고장난 스탠드는 치워버렸고, 최고급 스탠드를 내 책상에 놓을 수 있었다. 스탠드를 켜보았다. 아아, 이 안정감 있는 주황빛!



 이젠, 정말 모든 게 완벽하다. 스탠드에 하루를 꼬박 소비했지만, 나는 베테랑 스토리텔러가 아닌가? 오늘 하루 원고를 완성해 기필코 메일을 보내겠다.

 띵동!

 배송됐다. 아니, 주문한 게 없는데 뭐가 배송된 건가?

 .

 .

 .

 카드 명세서였다. 명세서에는 최신형 게이밍 의자의, 방음부스의, 최고급 스탠드의 값이 적혀 날라왔다. 나는 손이 벌벌 떨렸다. 카드엔 이번달 월세로 택도 없는 잔액이 남았기 때문이다. 재빨리 원고 메일을 보내 원고료를 받아내야 한다.



 이젠 최신형 게이밍 의자건, 방음부스건, 최고급 스탠드건, 다 쓸모가 없다. 내 머릿속엔 오직 ‘월세’라는 단어만이 가득찼다. 노트북 위에 열 손가락을 얹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고도의 집중력이었다. 이마도 탁! 짚을 새도 없이. 



 -끝-

 

 

그냥 바로 본문을 쓴 게 아니다. 바로 본문을 쓰는 입시생들이 많은데, 장담한다. 

실기에서 불합격 할 확률이 너무 높다. 이야기는 구조와 장르다. 

그리고 구조는 로그라인과 개요를 통해 미리 계획을 세워놔야 확립 가능하다. 

 

위 작문의 로그라인과 개요는 이러하다. 

 

 

 

 [로그라인]

 

주인공 수식어 :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스토리텔러 작가 ‘나’

 

욕망 : 완벽한 집중으로 스토리를 완성시켜야 한다.

 

방해물 : 의자. 방음부스. 스탠드.

 

[개요]

 

서- 작가인 ‘나’는 유튜브 웹드라마 작가다. 마감이 다가온다. 나는 책상에 앉는다. 

    집중해서 마감일까지 원고를 제출하겠다. 7일 전.

 

본1- 의자가 삐걱댄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의자를 주문한다.

     의자가 온다. 책상에 앉는다. 5일 전.

 

본2- 옆집 소리가 시끄럽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방음부스를

     주문한다. 방음부스가 온다. 3일 전.

 

본3- 스탠드가 깜빡 거린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최고급스탠드를

     주문한다. 2일 전.

 

가결- 책상에 앉는다. 누군가 노크를 한다.

 

꺾기- 의자, 방음부스, 최고급스탠드를 샀던 카드명세서가 날라온다.

     원고를 작성하지 못하면 나는 이번 달 월세를 내지 못한다.

 

진결- 월세를 생각하며 고도의 집중력으로 원고를 쓴다.



이렇게 로그라인과 개요를 미리 작성한 후에 본문을 써야 한다. 

개요의 경우엔 서와 본1, 본2, 본3, 결(가결과 꺾기, 진결 포함)을 각각 1/5씩 분량 안배하는 걸 

기본으로 삼는다. 어느 한 부분이 너무 길어지면 구조가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구조가 엉망이 되면, 그 이야기는 제대로 읽는 이에게 전달이 안 된다. 

 

전달.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극작과 입시생들 태반인데,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은 '텔링'이다. 머리에 있는 그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는 기술을 익히지 못 하면 

시험장 가서 100% 운에 자신의 운명을 내맡기게 되는  참담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전달하는 기술에 대해 내가 적어놓은 교본이 있다. 

서울예대 극작과 전용 실기 교본이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다운 가능하다. 

 

https://drive.google.com/file/d/1hmE-ms4qwJnC1v7pc4bPHKDRrLFwguRS/view?usp=share_link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pdf

 

drive.google.com

 

 

운에 의존하지 말고, 기술과 실력에 의존해야 한다. 

그것이 입시생의 본분이다. 예술가병에 걸려 이야기 전달 기술을 소홀히 대하는 순간, 

그 결과는 고스란히 참혹한 미래에 반영되어 고달픈 2023년을 내내 보내게 될 것이다. 

공부, 연습, 노력. 이 단어들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죽도록 내달려보자. 

그것이 극작과 입시생이 자신의 운명을 역전시키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합격생 작문 공유 ㅣ 로그라인과 개요 없이 본문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