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AiI4VRvJBPE
내가 달리는 이유는 두통 때문이다.
살 좀 빼려는 게 아니라, 고의적으로 땀을 몸에서 빼내고 나면
두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두통을 달고 산다.
우울해서 두통이 생기는 건지, 두통 때문에 우울한 건지
전후가 구분이 안 된다. 나는 이 두통이 지겨워서
가급적 매일 런닝을 한다.
두통이 경감되기 때문에 런닝을 하는 게 좋다.
두통이 없다면 런닝은 안 했을 거야.
고관절이나 무릎이 런닝 때문에 아플 때도 있다만 참을 수준이고
이 단점보단 장점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면서 나는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왕왕 런닝과 글쓰기가 상당히 흡사하다고,
글쓰면서도 생각하고, 런닝을 하면서도 생각한다.
글을 쓰고 나면 씻겨 내려가는 거 같다. 정서적 땀방울, 혹은 대소변이랄까.
그런데 글쓰는 게 너무 어려워서 죽도록 힘들 때도 있었지만,
런닝과 흡사하단 말이다. 그건 참을 수 있다. 글쓰면서 힘든 건 참을 수 있다.
아무것도 쓸래야 쓸 수가 없는 조건 속에 있는 것보단 글쓰면서 힘든 게 훨씬 낫다.
단, 런닝과 글쓰기의 차이가 있다면 두통이 더 커지고 우울함이 증폭되더라도
글쓰기는 포기를 안 할 거란 사실이다. 런닝은 포기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는 사랑하고, 런닝은 좋아만 하는 것이다.
요즘 죽사발이 되었던 내 자신감이 상당히 복구되었다.
이제 마흔이다. 비로소 이제 좀 전보단 덜 허접하게 글쓸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