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

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16. 결정적 장면

by 김봉민 2015. 1. 23.

내가 그린 그림, 발로 그린 건 절대 아님

제아무리 뒷간 같은 인생이어도, 
인생 통틀어 인상적이며 감동적인 '결정적 장면' 하나만 있다면, 
사람은 그 장면을 되새김질 해내는 힘으로 
똥숫간에 쳐박혀 절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래, 나도 있다. 
그 장면의 여주인공은 우리 외할머니이시다. 
중1때, 나를 목욕시켜주셨다. 
외할머니가 목욕시켜 주시기 전의 나는 혼자 집에 있었는데,  
혼자 목욕 같은 걸 해서 깨끗해질 수는 없는 상태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말이다. 


나는 이 여주인공을 몹시 사랑하고, 
돌아가신 지 6년째가 되었어도 여전히 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이다. 향기로우니까. 


그러나 반성도 해본다. 
내가 그 누군가의 인상적이며 감동적인 '결정적 장면' 하나에
감히 주인공은 언감생심이고, 엑스트라로서라도 등장했었나. 
고약한 냄새가 난다. 


좋은 추억이 없다면, 좋은 추억을 앞으로 만들면 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말 한 번 참 쉽다, 고 생각했다. 
어려운 말 아니니 더 열심히 만들어보자. 
뒷간은 인간이 일평생 고작 하루 머무는 곳이다. 
똥숫간에 쳐박히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