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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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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by 김봉민 2018. 1. 25.



2002년에 입학했던 대학의 동기 아버지께서 생을 마감하셨다.

나는 장례식장에 갔다. 실로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났다. 

만나니 좋았다. 이제 우리는 슬슬 우리의 부모님들께서 

돌아가셔도 그다지 이상할 게 없는 나이 아닌가. 

그렇게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한 한 동기는, 자기 둘째 아이의 돌이 다음 달이니, 

그때 꼭 오라고 했지만, 나는 솔직히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아이가 둘 있어도 그다지 이상할 게 없는, 이 아니라 

마땅히 그럴 수 있는 나이 아닌가. 

동기는 계속, 꼭, 오라고 했지만, 나는 장례식장에는 꼭 가도 

결혼식장에는 거의 안 가는 그런 사람이다. 

하물며 돌에 갈 리는 없으므로,

굳이 거짓말하기 싫어,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축하는 내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슬픈 현장에의 참석은 내가 꼭 하고 싶다. 

나는 장례식장에는 꼭 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앞으로 오늘 만난 우리 네 명은 

적어도 살면서, 오늘 한 동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굳이 계산을 해보자면 7번은 분명히 만나겠지 싶었다.

그 이상 더 만나도 좋겠지만, 

아무튼 7번은 만나겠지. 돌이켜보니 얘들은 

우리 외할머니께서 소천했을 때 - 2009년의 외할머니 장례식장에 왔었구나. 

그리고 지금보다 더 늙어 내 오랜 친구가 늙어 죽는 게 이상할 게 전혀 없는 

나이가 되는 날이 오겠지. 우리는 2002년부터 알고 지냈다.

지금까지 만나는 것만으로도 족히 감사한 일이다.

어디 이 중에 누가 제일 나중에 죽는지 알게 되는 사이로 계속 남는다면, 

그또한 감사한 일이리라.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 목격하게 될 

그 수많을 죽음에 충분히 애도할 줄 아는

사람이 못 된다면 참으로 나쁘겠다. 푼푼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