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앉아 있다.
음악은 당연히 틀어놨다.
소파에 앉아 있지 아니 하고 바닥 위에 러그 깔고 그 위에 앉아 있다.
유순이 때문이다. 유순이는 목욕 후에 내 왼쪽 허벅지에
얼굴을 올려놓고 잠들랑 말랑 하고 있다. 요즘 부쩍 살이 찌고 있어
꽤나 나를 흡족하게 하는 강아지다.
음악은 킹스턴 루디스카의 브라질이라는 노래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집에서 내려 마신 거다.
늦은 오후라 햇살이 고분고분한 편이다.
마음 편히 사는 것의 가치를 나는 요즘 많이 생각한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고민하게 될 텐데,
구태여 앞서 스스로를 고문하는 식으로 사는 게 참으로 별로인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있는 게 참으로 뿌듯하다.
요즘엔 팟캐스트도 하고 있다. 별 뜻 없이 그냥 한번 해보는 건데,
말 그대로 그냥 별 뜻 없이 재미삼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인생은 의미가 아니라 욕망을 쫓는 거라고 찰리 채플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맞다. 얼어죽을. 하고 싶은 걸 해보는 거다. 잘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만,
계속 서툴게, 하지만 부단히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설마 굶어 죽을까. 아사보다 자살이 더 일반화 된 사회 속에서,
굶어 죽을 걱정보다는 자살과 동떨어진 삶을 추구하는 게 낫겠다.
이 평화로운 일요일. 그냥 맘 편히 있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