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이 끝나간다.보름 남았다.
남들보다 보름 일찍
연말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나의 자세는,
그저, 꾹꾹 다 써볼 거야, 라는 마음.
올해 나는 대략 364만원 어치의
금융적 손실을 겪었고,
나이는 하루에 100만원씩
꼬박꼬박 먹었다.
그 100만원이 빚인지 적금인지는
합계가 1억쯤 되었을 때나
분별될 것 같은데,
그때까지의 기다림이 상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연전연패의 한 해였다.
하려 하는 것마다 매번 내가 나한테 졌다.
나의 근간이 얼마나 허술한지 느끼며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부채는 쌓여만 갔다.
적자와 리스크와 연전연패에 따른
부채의식에 얼마간은 대공항 상태에 직면했다.
그렇지만, 그러나, 하지만, 허나,
같은 류의 접속사가 필요한 시점이 있다.
지금은 아니다. 구태의연하게 또 저 간단한
접속사를 배열하고, 그 뒤에다가
희망의 찬가를 붙이는 걸 관둬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부채와 적자의 금융, 연전연패의 승부처럼
그렇게 쉽사리 반등하거나 반전을 이뤄내지 않는다.
정신승리 하지 말자. 그런 손 쉬운 정신 테크닉이
이 모든 아작남의 근원이었음을 잊지 말자.
사람 절대 쉽게 안 변한다.
그러니 '그렇지만, 그러나, 하지만, 허나'는 배제하고
원래 쓰던 것을 이어서 계속 써보자. 다시 시작해보자.
다시 시작해보자.
이어서 계속 써보자.
적자와 리스트와 연전연패에 따른
부채의식에 얼마간은 대공항 상태에 직면했다.
나의 부채와 적자, 연전연패의 기록을
털어낼 수는 없고,
온전히 그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데,
다시 시작해보자. 계속 써보자.
위에선 대공'항'이라고 썼지만,
실은 대공'황'이 맞다.
이야기에서 틀려먹은 건 인정하고,
계속 써보자. 다시 시작해보자.
매일 먹고 있는 100만원 남짓의
무게가 빚인지 적금인지 알게 되더라도,
그때에도 계속 써보자. 다시 시작해보자.
1장이 끝났다. 2장이 있겠지.
2장이 없을 수도 있는데,
있는지 없는지 계속 써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3장은? 모르겠다. 없을 수도 있는데,
있다면 참으로 기꺼이 감사해 해야 할 게
살아가는 이야기인 것이라고 생각하고프다.
그리고.
그리고, 란 말이다.
다시 이 글을 읽어보니 일종의 말장난 같은 이야기스러워서
민망하다. 말장난이 아닌, 정말 말이 되는 이야기가 써질 때까지,
계속 써보기로 결심할 건데, 아마 잘 안 되겠지. 근데,
어쩔 거냐. 2017년이, 시작된다.
누가 막을 수 있는가. 2016년이 끝나간다
김봉민의 남들보다 보름 일찍 2016년을 마감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