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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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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작가는 남의 책 - 장하준 교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by 김봉민 2016. 11. 23.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책 리뷰 쓰기 같은 건 딱 질색이라 

한 번도 안 했는데, 메모할 필요가 생겼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기억은 기록이 지배하니까. 


그러니 누가 봐도 일종의 책 리뷰일 테지만, 

그냥 '책 메모'라고 봐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기분이 더러워질 리는 없고, 사실 좀 좋을 것 같다. 희희희. 


위의 책은 장하준 교수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라는 책이다. 

영문이 커버를 장식하고 있어, 어랏, 이거 영문책인가 싶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좀 있어 보이려고 선택한 상술 같다. 

(영어를 쓰면 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한국인들은 많이 하니까)

그런데 또 상술 좀 부려보려 노력한 것 치고는 

제목이 상당히 별로다. 읽기 딱 싫은 제목이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왜 샀을까..


바로 이 책의 실린 스페셜 칼럼에 실린 글 때문.


<청년 실업에 관해 그들이 말하지 않는 6가지>

1. 청년 실업은 불가피한 결과다


2. 신자유주의 노선의 경제 정책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3. 일자리 창출을 반드시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고용 통계가 모든 상황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5. 교육의 확대가 고용의 확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6. 창업가적 역량은 개인에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면 서점 가서 10분 정도만 투자하자.

금방 읽는다. 책 앞 부분에 아주 적은 분량에 걸쳐 실려 있는데, 

나도 이 부분만 읽고 이 책을 산 것. 


저 항목 중 몇 개는 분명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응. 도움이 된 것 뿐이다. 

책은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친구인 것이지, 

해결책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될 수는 없다. 

이 책은 내겐 좋은 친구다. 돈 쓰는 게 아깝지 않은 친구다. 



본문 내용과는 아무 관련도 없이, 그냥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쓴 부분쯤에선 왠지 이미지가 하나 나와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냥 한 번 올려보는 장 자크 상페의 그림본문 내용과는 아무 관련도 없이, 그냥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쓴 부분쯤에선 왠지 이미지가 하나 나와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냥 한 번 올려보는 장 자크 상페의 그림



그다음 메모. 


알려진 기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알려진 미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알려지지도 않은 미지수들이 있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들 말이다. 



럼즈펠드 전 미국방장관이 한 말을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다. 

구글링해보니 발언 당시 세간에 상당히 조롱당한, 말이었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는, 


"이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라는 표현이야말로 케인스의 불확실성 개념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다"

라고 평했다. 


조롱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상관이 없다. 

장하준 교수가 의미를 부여한 것, 역시 상관이 없다. 

내가 저 글귀를 읽을 때 뭔가 내게 자극이 된 건, 상관이 있다. 

내게 의미 있는 글이 되었다. 


아무리 궁리와 사색과 탐구를 멈추지 않아도 

인간은 결국 근본적으로는 병신이라고! 

모르는 게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자, 

라는 개뼈다구 같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은 병신이니, 

오만방자하게 굴지 말자는 생각을 해봤다. 

겸손의 미덕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럼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인간의 위대함이 어쩌면 저 '알려지지 않은 미지수'에 대한 호기심에서 

파생된 것은 아닌가 하는 궁리도 4초 남짓은 해봤다. 



"한 사람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이다"

 


그리고 이 말. 

그래, 당연한 건데, 가끔 잊는다. 

여러 상황에서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 

한 사람의 아픔은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허나, 돈이 돌고 돌지 않으면 경제가 붕괴되듯, 


인간과 인간 사이에 아픔과 즐거움이 돌고 돌지 않으면 

모든 인간에게 권태라는 지옥적 감정이 고착화 될 테니, 

그래, 고착화 될 테니, 인간 감정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구나. 


다만, 가난이 특정 계층에게만 고착화 되면 안 되듯, 

인간 역시도 슬픔이 고착화 되는 고리의 사슬은 끊어버려야 한다.

불가능해보여도 그 방법을 강구하자...! 




본문 내용과는 아무 관련도 없이, 그냥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쓴 부분쯤에선 왠지 이미지가 하나 나와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냥 한 번 올려보는 장 자크 상페의 그림2본문 내용과는 아무 관련도 없이, 그냥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쓴 부분쯤에선 왠지 이미지가 하나 나와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냥 한 번 올려보는 장 자크 상페의 그림2


200년 전에는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는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 넣었습니다. 

50년 전에는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아주 유명..한데.. 위의 책에 나온 말은 아니여. 

역시나 장하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 실린 글인데, 

이 교수님, 마음이 젊은 사람 같아. 좋아.



장하준 교수장하준 교수


끝으로 장하준 교수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MB정권 시절, 

대한민국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에 지정되었다고 한다. 

부패한 정권이 불온서적으로 낙인 찍었다는 것은 

그 책에 그들이 두려워할 만한 뭔가가 있다는 뜻. 

신선한 파워가 실린 책이라는 거겠지. 


이 분, 전문지식을 쉬운 언어로 풀어서 쓴다. 

어려운 말로 머리 아프게 안 한다. 

복잡한 것을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건네준다. 

지식도 권력인데, 그 권력을 나누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복잡한 것은 단순한 것을 못 이기고, 

어려운 것은 쉬운 것보다 사랑받지 못 한다. 


이런 결말 같지 않은 결말로 이 책에 대한 나의 메모를 마치자. 

할 만큼 메모했다. 끝. 






김봉민의 작가는 남의 책 - 장하준 교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