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에는 당장 뜨는 공채도 거의 없고
자소서도 쓸 일이 없으니
대체 뭘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누워서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핑계로 예능, 드라마만 하루종일 보고 있거나
안 나가도 될 스터디까지 꾸역꾸역 잡아서 밖으로 돌고 있는 언시생들이 매우 많을 거다.
이런 기조로 2-3개월만 지내보면 스스로 느끼겠지만,
이렇게 목적 없는 열심
열심히 하기 위한 열심
이것만큼 사람을 허망하게 하는 게 없다.
최대한 열심히 시간낭비를 한 꼴이 되니 당연한 결과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문 공부는 한 두 달 해서는 절대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는다.
이 시기부터 제대로 준비를 해놔야 필기 시험 볼 때 즈음 상승된 실력과 본인 레퍼런스를 들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이걸 알아도, 몰라도
공채 시즌이 코 앞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준비하지 않는다는 걸
나도 12년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익혔으니 잔소리는 이만 각설하고,
이 시기에 반드시 해두면 좋을 것 세 가지만 알려주겠다.
이상한 도움 안 되는 스터디 나가서 시간 축내고, 감정 소모하고, 비상금까지 탕진하지 말고
내가 지금 말해주는 것 중 한 가지라도 빵꾸가 나 있는 상태라면 이것부터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1. 나만의 경험(경력) 쌓기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반드시 '학교를 벗어난 경험'이어야 한다.
대외활동, 동아리에서 ~~를 만들어서 수상, 팀 과제에서 좋은 성과 등등
이 정도는 합격을 노리는 수준의 언시생이라면 다 있다.
이 시기에 준비해야만 하는 건 너만의 경험 이다.
다른 사람들 자소서에는 없는 경험.
혹은 실제 현장에 가서 3개월 이상 일한 경력.
여기서 말하는 경력은 거창한 현장 경험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네가 지원하는 분야의 현장에 가서 몸 담아보는 정도면 된다.
이 기간이 오히려 길어지면 안 된다고, 나는 늘 말한다.
거기서 안주해버리게 되면 (보통 외주 제작사에서 현장 경험을 쌓게 되는데) 원래 지망했던 언론사로는 거의 못 가게 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경험'은,
라디오 피디 지망생의 경우에는 내가 만든 팟캐스트처럼 작은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단, 일주일에 세 개 이상 업로드, 클립 길이는 하나당 최소 35~40분은 넘을 것. 6개월 ~1년 이상은 지속할 것.
그렇지 않으면 누가봐도 포트폴리오용으로 깔짝댄 거라는 게 다 티가 난다.
이런 보여주기식 포트폴리오를 지겹게 봐왔을 심사관 입장에선 더 잘 보일 거고.
내가 가르쳤던 예능 피디 지망생 중 한 명은,
본인이 만든 기획안을 작은 제작사 몇 군데에 보내며
기획, 제작, 촬영, 편집 및 모든 건 다 본인이 할 테니
이 결과물이 마음에 들면 소속 아티스트의 오피셜한 작업물로 활용해 줄 수 있겠냐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
자신만의 책을 낸 친구도 있었는데,
이것도 하도 많이 하다보니 그 내용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서
포트폴리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갈린다.
그냥 뻔한 것 말고,
나만 쓸 수 있는 것이어야 그 효용이 있다.
드라마 피디 지망생이라면,
'드라마 광인으로서 분석해 본 100개의 드라마 하이라이트'
뭐 이렇게라도, 자신이 이 분야를 얼마나 깊게,
혹은 얕더라도 얼마만큼 넓게 파고 있었는지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이도 저도 아니라면
본인만의 관점, 기준, 취향이라도 잘 드러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만 한다.
2. 나만의 에이스 기획안 10개 만들기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일 중 하나이면서, 가장 필수적인 과업 중 하나이다.
나만의 에이스 기획안은 대략 6-7개, 많게는 10개 정도 짜면 그 중 하나가 나온다.
그러니까, 10개를 만들려면 100개 정도는 짜봐야 한다는 거다.
'에이~ 말이 돼? 그렇다고 누가 100개를 짜?'
하겠지만, 지금까지 붙은 애들은
100개는 물론이고 그 이상도 짰다.
간단기획안 (출연자, 핵심 기획의도 등을 간추린 3줄 이내 요약 기획안)까지 합치면 족히 200개도 넘게 짠다.
이 정도도 안 해놓고 왜 안 붙냐고, 언시는 역시 학벌이네 뭐네, 징징대지 말자.
지금이 딱 좋은 시기다.
드라마 피디건 예능 피디건, 시사 교양 피디건
피디 하고 싶어하는 애들은 이 기획안 짜는 걸 매우 좋아하더라.
물론 미친듯이 머리를 쥐어짜내야 하니까 고통스럽긴 하지만,
궁극적으론 이렇게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피디가 되고 싶은 거니까, 본인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 기획안 짜는 걸 좋아할 수밖에 없지.
이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기만 하고, 도저히 못하겠다 느껴진다면
피디는 안 하는 게 낫다. 그럼, 피디가 하고 싶은 게 아닐 확률이 매우 크다.
이걸 하다보면 본인이 피디를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도 여실히 느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반드시 이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이 시기에 시험장, 면접장에 가서 써먹을 수 있는 최후의 무기 기획안 1위~10위까지를 만들어 놓는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공채 시즌 때는 작문과 기타 다른 것들에도 좀 더 신경을 기울일 수 있다.
기획안을 그때가서 만들려고 하면, 과부하가 걸린다.
미리 만들어 놓은 애들보다 100배는 더 총력을 다 해야만 한다.
근데, 그럼 미리 이걸 다 만들어 놓은 애들은 가만히 손 놓고 노냐?
절대 아니겠지.
이렇게 점점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거다.
기획안 짜는 대략적 방법은 교본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으니,
아직 교본 안 읽어본 사람이 있으면 다운 받도록 해라.
아직까지는 무료다. 무료일 때 마음껏 읽도록.
읽고 최대한 많이 짜보고,
최대한 끝까지 디벨롭 시켜보자.
시간이 무기다.
이 무기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3. 작문 우라까이 100회
위에 교본을 읽고 왔으면, '우라까이'가 뭘 뜻하는지 알 거다.
잘 쓴 작문을 모방해보라는 거다.
잘 쓴 작문을 시험 때 베껴쓰라는 게 아니다.
연습 때, 잘 쓴 작문을 하나 두고, 최대한 잘게 뜯어 분석해봐야 한다.
이 작문의 로그라인은 뭔가, 개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먼저 다 분석한 후,
그 로개요를 토대로 처음엔 고유명사만 바꿔서 다시 써보는 식으로,
나중에는 그 로개요의 기본 틀만 남겨두고 좀 더 변형해서 써보는 식으로
지속적인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잘 쓴 작문들을 왜 잘 썼다고 느끼게 되는지,
기본 구조는 무엇인지,
이 구조를 제대로 보이게 하는 스킬은 무엇인지가 점차 체득이 된다.
그냥 '~~하게 쓰면 된다'라고 쓰여진 글을 읽기만 해서는 네 걸로 만들 수 없다.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거다.
제대로 활용을 할 수 있어야 네 거다.
그리고 네 것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네 손으로 몇 번이고 써보는 거다.
하나의 잘 쓴 작문을 두고 최소 5번을, 다 다르게 우라까이 해보자.
이렇게 딱 20개의 레퍼런스 작문을 5번씩만 우라까이 해도,
네 작문 실력은 이미 합격권에 가까워져 있을 거다.
이게 안 되는 경우는 없다.
단언할 수 있다.
이렇게 했는데 실력이 전혀 안 오른다?
그렇다면 분석 단계부터 잘못 되었든가,
분석만 해놓고 네 고집대로, 네 마음대로 계속 잘못된 방법을 고수하며 100번을 쓴 거다.
잘못된 방법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지속해도 실력이 절대 늘지 않는다. 100번을 하든 100시간을 하든 마찬가지다.
실력이 늘기는 커녕, 점점 더 악화될 뿐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알고, 제대로 공을 들여 기초를 쌓아야만 한다.
로개요는 어떻게 분석하는 것인지, 우라까이는 또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일단 교본부터 제대로 읽자.
읽고도 모르겠다면 제대로 된 사람한테 배우기라도 하자.
이 모든 게,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는 건,
시간은 많아 죽겠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일 것이므로,
내가 알려준 세 가지만이라도 지금 바로 시작하자.
시즌 돼서 허겁지겁 준비하면, 합격 시간은 1년 더 뒤로 늦춰진다.
지금 시작해야 일 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언시생이 허송세월하는 본인의 모습을 포장하기 위해 하는 변명 중 하나인 '프로그램 모니터링'은,
프로그램을 보고 출연자 및 기획의도, 구성을 제대로 분석하는 시간이지
그냥 '와 재밌다! 대박!'하며 감상하는 시간이 아니다.
프로그램 모니터링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주구장창 티비만 보는 생활은 청산해야만 한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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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언시생들을 위한 글 | 이거 3개라도 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