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논술은 2024년 공채 PD 최종 합격한 내 수강생이 쓴 논술이다.
잘 썼고, 하여 많이들 읽었음 한다.
거두절미. 정독을 해보자.
논제: 현 예능 트렌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시오
<발자크식 예능 : 긴 호흡>
2024년은 <발자크식 예능>의 시대다. 발자크식 예능이란, 문학의 유니버스 창시자 ‘발자크’와 같이 한 프로그램의 출연진을 새로운 프로그램의 정체성으로 내세워 또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등 세계관을 넓혀가는 방송국의 차별화된 예능을 말한다. 3사 개국 이래로 종편과 수많은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플랫폼의 다변화는 '취향의 파편화’ 시대를 초래했다. 따라서 방송국은 방송국만의 뚜렷한 색과 뚜렷한 취향을 다루는 팬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다른 플랫폼이 복제하지 못하는 콘텐츠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시청자들이 인식하고 인정하는 헤리티지를 보유한 방송국은 콘텐츠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MBC는 연예계 대표 절친들이 무인도에서 살아보는 프로그램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안정환이 무인도의 호텔 주인이 되어 시청자들이 무인도 호텔을 체험해보게 하는 <푹 쉬면 다행이야>로 화제를 끌었다. 또한 기안84를 떠올리면 MBC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기안84는 MBC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임하며 MBC 예능의 세계관을 넓혀가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발굴한 귀차니즘의 대표 캐릭터인 기안84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주인공으로 세워 MBC 예능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더 나아가 기안84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가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담은 스핀오프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로 세계관을 확장하며 첫 방송은 매 시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의 조회수보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발자크식 예능> 시대의 방송 제작자는 호흡이 길어야 한다. 한 출연진을, 때로는 한 컨셉을 다양하게 활용해 한 프로그램을 한 이야기, 한 호흡으로 끝내선 안 된다. 한 프로그램의 팬덤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핀오프를 만들어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출연진의 사소한 발언이 다른 예능을 파생시키는 등 PD는 계속해서 한 거대한 유니버스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플랫폼 다변화시대에 방송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당 방송국만의 색과 세계관을 견고히 해야 한다. 초격차 자본과 출연진 발굴 못지않게 다른 방송이 복제할 수 없는 고유의 전통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유지하고 확장시켜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끝-
자, 이 논술의 핵심은 제목에 있다.
발자크식 예능.
뭔가 있어 보이지. 유식해보인다. 유식해보이는 건 중요하다.
그리고 독특해보이기도 하지. 독특해보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왜? 그것이 예능의 본령이며 예능 PD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런 논제가 나오면 다들 구태의연하고 지리멸렬한 이야기만 줄창 써댄다. 일테면,
현재 예능의 트렌드는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것에 중점을블라블라
요즘 예능은 지친 이들을 위한 힐링에 기반한 블라블라
근래 예능의 추세는 MZ세대가 좌우하고 있다블라블라
어느 대학 신방과 2~3학년이 쓸 법한 소리를 써대고 있으니,
터럭 만큼도 예능 전문가다운 느낌을 주지 못 한다.
말 그대로 이 사람의 머릿속엔 구태의연하고 지리멸렬한 것들로만
가득하다는 인상을 준단 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말도 어떻게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실제 공채 필기 시험 때 논술이 안 나올 확률이 높음에도
내가 꾸준히 내 수강생들에게 논술을 쓰게 하는 이유가 있다.
1. 요즘 공채 자소서에선 논술에 해당하는 항목들이 꼭 나온다.
2024년 CJ ENM 예능 자소서 5번 항목을 보자.
5. 최근 1년 이내 본인이 경험한 콘텐츠(TV/OTT) 중 가장 새롭고 독창적이라고 느끼는 콘텐츠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작성해 주세요(1,000자)
이런 항목은 자소서의 탈을 쓴 논술이다. 논술을 쓰라는 거다.
어차피 논술 대비도 해야 자소서 전형에서도 탈이 안 난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있다.
2. 최종 임원 면접 대비
사람은 자기가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선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면접장에 가본 자들은 알겠지만,
그들이 뭔가 거창한 걸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피디가 뭐라고 생각해?
앞으로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 거 같아?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어떤 거야?
가장 기초적이고 당연한 걸 면접 때 물어본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단순하고 기초적인 사항에 대해 미리 선제적으로
논술이라는 형태로 써보면 좋다. 그럼 그게 이미 면접 대비가 되는 것이다.
<퓌트스쿨이 추천하는 연습용 논제>
1)앞으로 변화할 콘텐츠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렇게 예측하는 구체적인 근거(들)을 기술하시오
2)콘텐츠에 있어 ’재미’란 무엇이라 생각 하는지 주관적으로 정의하고, 그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기존 콘텐츠 하나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3)최근 1년간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자신의 지망 분야의) 프로그램 하나를 선정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와 그 프로그램에 아쉬웠던 점을 제시하시오
4)본인이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동참하며 반드시 지키고 싶은 자신만의 3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그중 불가피하게 1개를 일시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적으시오
5) 성공하는 콘텐츠들의 가장 공통된 요인을 본인의 주관적 관점을 제시하고, 그에 가장 부합하는 기획안 하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시오
6) 우리나라 지상파 콘텐츠 기획 제작 생태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7) 다음에 나오는 단어들을 각각 본인 주관에 입각하여 30자 이내로 정의하시오
.기획
.스토리텔링
.미디어
.PD
그리고 이렇게 정의한 것을 토대로 본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1000자 이내로 ‘재미’있게 서술하시오.
8) A.I와 OTT, 뉴미디어 등 급변하는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시대에 ’대한민국 ’지상파 언론사의 미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시오
자, 얼마나 쉬워보이는가? 저 정도는 자유자재로 일목요연하게 쓰고 그걸 말로도 술술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공채 PD가 될 역량이 자기 내부에 확보한 것이다.
잊지 말자. 이미 전문가인 사람을 뽑는 것이지, 앞으로 전문가가 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인사이트는 쉽게 정립되지 않는다. 자기 직능과 관련한 트렌드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에 대해 글로 써보는 사람이 타인보다 압도적인 콘텐츠 전문가로서의 PD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ㅡ
고로, 논술이라는 이름의, 글을 부지런히 써봐야 한다. 지금 당장
예능이 뭐라고 생각해?
라는 기초적인 질문에도 어버버어버버 한다면 사태가 아주 심각한 것이니
지금 당장 자기 자신의 업그레이드에 나서야 한다.
드라마피디 지망생도 마찬가지다. 플롯이 뭔지, 미쟝센이 뭔지, 스토리텔링이 뭔지 술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시교는 말할 것도 없다. PD 공채생들 중 필기 전형 때 가장 논술이 나올 확률이 높은 분야 아닌가?
나는 KBS, MBC, SBS의 시교PD를 꿈꾸는 수강생들에겐
다음과 같은 과제를 준다. 매일 400자씩 요약 정리해서 과제로 제출하게 한다!
<시사교양 PD 지망생을 위한 데일리 과제>
- 보수란 무엇인가?
- 진보란 무엇인가?
- 언론이란 무엇인가?
- 언론인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 자본주의의 장점과 단점
-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 내가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 1명, 그 이유
-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 극우가 더 위험한가, 극좌가 더 위험한가?
- ‘분쟁’과 ‘다툼’에 긍정적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세계적인 콘텐츠의 8할 이상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들뢰즈의 핵심 사상을 요약하라
- 비트겐슈타인의 핵심 사상을 요약하라
- 고타마 싯달타의 핵심 사상을 요약하라
- 예수의 핵심 사상을 요약하라
- 헌법에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법률 상 한국에서 포르노 영상물은 금지되고 있다.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 헌법 전문을 읽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20자 내외의 부분을 고르고 그 이유를 적으시오.
- 민주주의는 언제 완성되는가?
- 가족 제도의 긍정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은 각각 무엇일까?
- 리만가설이 증명될 경우에 예상되는 이 세계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 역사상 최악의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나온 시스템1과 시스템2이 무엇인지 각각 요약하라
- 나심 탈레브 <블랙스완>의 전체 책 내용을 요약하라
-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인가?
- 양김(김대중과 김영삼)정치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가?
- 요제프 괴벨스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핵심사상을 요약하라
- 칼 맑스의 핵심사상을 요약하라
- 미국 공영방송 PBS가 NHK와 BBC보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공교육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 칼 포퍼가 말한 ‘반증가능성’과 ‘열린사회’의 의미를 요약하라
- 기자가 기레기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 자유란 무엇인가
- 양자역학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입장과 닐 보어의 입장 중, 본인은 누구의 입장에 더 끌리는가?
-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설명하시오
- 68혁명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 문화대혁명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 재즈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동한 이유는 무엇인가
- 공영방송이 아닌 이상, 언론사도 사기업이다. 그러나 언론사가 일반사기업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 나(본인)는 누구인가?
위 질문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400자로 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자기 인사이트가
KBS, MBC, SBS의 공채 시사교양 PD가 되고도 남을 사람이다.
고로, 아직 답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해 써보며 자기 인사이트를 정립해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꼭 저 질문으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세상은 넓고 질문해야 할 것은 그보다 더 많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게 바로 언시생의 일일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잊지 말자. 그 사람의 내적 수준은 그 사람의 글을 통해 고스란히 확인되는 거다.
제2의 지문인 동시에, 자기 브레인의 99.9%가 글을 통해 확인된단 말이다.
이것이 KBS, MBC, SBS 등의 공채시험- 언론고시에서 영구히 필기 전형이 존재하게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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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 중요한 이유? 예능 공채 PD 합격자 논술을 통해 알아보자 ㅣ KBS, MBC, SBS 언론고시 필기 교육
